中企, 키코'로 내성 생겼지만…환율 추가대응 '고심'

中企, 키코'로 내성 생겼지만…환율 추가대응 '고심'

강경래 기자
2013.01.11 06:15

과거 '악몽' 재현 우려해 보수적인 환헷지 전략 마련..1000원대 붕괴 걱정

환율이 달러 당 1060원 안팎으로 하락하면서 해외 매출비중이 높은 중견·중소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업들은 △환헤지 △원재료 수입비중 확대 △원가절감 등 환율하락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키코 피해로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은 또 다시 '악몽'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하는 '상당히 보수적'인 환 헷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 키코(KIKO) 겪으며 내성 강해져

외환파생상품인 키코로 손실을 직·간접적으로 본 경험이 있는 수출형 중견·중소기업들은 최근 환율변동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키코로 100억 정도 손실을 본 한 통신장비회사는 지난해 말에 이미 올해 평균 원 달러 환율이 1030원이 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응책을 마련했다. 이 회사 임원은 "연말에는 1000원 아래로 떨어질 것까지 예상하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키코 이후 내성이 강해져 현 수준의 환율 상황은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안용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A사 임원 역시 2분기부터 환율이 1000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고 환헤지 등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 임원은 "키코로 수십억의 손해를 본 후 환율을 일반 금융권과 연구소 등이 예상하는 수치보다 더 극단적으로 보고 미리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환율전망을 금융권 및 연구소가 내다보는 수치보다 더 낮게 책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LG경제연구소와 한국금융연구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은 각각 연평균 1050원, 현대경제연구소는 1060원 등으로 예상했다.

이는 키코로 인해 수년 간 적자의 늪에서 시름해야했던 과오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한 선행적인 대응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부품업체 A사 관계자는 "키코 사태 이후 거래통화를 달러로 통일해서 원재료 구매와 제품 판매를 모두 달러로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헷지가 되는 효과가 있다"며 "환율 하락으로 물론 매출이나 이익이 감소할 수 있지만 원재료 구매자금 역시 낮아지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환율 1000원 붕괴 등 추가 대응은 '고심 중'

하지만 달러 당 1060원 수준인 현재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해 1000달러에 근접할 경우, 키코로 내성이 생긴 기업을 포함해 수출에 관여된 모든 중견·중소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 전자업종 중견기업 임원은 "현 환율 수준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예상하고 충분히 대응을 해놓았다"며 "하지만 환율이 급락하거나 향후 1000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는 실적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품 수출과 원재료 수입 비중이 비슷한 기업 역시 급작스런 환율하락에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방송수신기기(셋톱박스) 업체 관계자는 "매출은 환율이 하락할 때 곧바로 반영되지만, 원자재는 몇 달 전 현 수준보다 높은 가격에 구매한다"며 "때문에 급작스런 환율하락은 원자재를 비싸게 들여와 제품을 싸게 파는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수출에 관여된 모든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우선 해외에서 제품을 수주할 경우, 원화를 미리 고정시키는 환헤지 거래방식을 늘리고 있다. 또 제품에 쓰이는 부품을 최대한 해외에서 수입하면서 환율하락 영향을 상쇄시키려 하고 있다.

이 외에 회사 내에서 원가절감을 추진하는 등 환율하락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환율하락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하는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해외 수입 비중을 늘리면서 중견·중소기업과 거래하는 2,3차 중소 협력사들도 중장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또 수출 기업들이 원가를 절감하려는 노력 가운데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규인력 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기존 인력을 감축하는 등 고용시장까지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추가적인 환율하락과 급격한 환율변동은 대기업이 아닌 중견·중소기업으로서는 감당해내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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