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미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

[MT시평]미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

박종구 기자
2013.03.19 07:13

미국증시의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사상 최고치인 1565 수준(2007년 10월)에 근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경제부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경기회복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고용과 성장 지표를 살펴보자. 지난달 미 경제는 23만6000명이 신규 고용돼 실업률이 7.9%에서 7.7%로 떨어졌다. 권위 있는 경제예측 기관 '메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는 올해 1분기 성장률을 1.8%, 연간 성장률을 2~2.5%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3개월 월평균 비농업 고용규모는 24만5000명이었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은 월 20만 명, IHS 글로벌 인사이트는 월 18만 명의 신규 창출을 예측하고 있다.

노동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려면 월간 약 30만 명 가까운 고용이 이뤄져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휘발유 값 상승, 가계부채 증가, 급여세율 인상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금융위기 이후 일반화된 기업의 비용 삭감과 리스트럭처링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다. IT, 자동차, 월가 등에서 이뤄진 대규모 인력감축을 상쇄할 새로운 고용 움직임이 아직은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지난 1일 발동된 예산 자동 삭감(시퀘스터)의 전개 양상이다. 금년에만 약 850억 달러 삭감되도록 돼 있어 '예산감축→수요감소→고용·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시퀘스터가 현실화할 경우 약 75만 명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성장률도 약 0.5% 내외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에 삭감 대상은 전체 예산의 2.4%이고 금년에 실제로 삭감되는 규모는 약 440억 달러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부풀려져 있다는 반론도 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과 야당인 공화당 지도부와의 일련의 회동이 경색된 시퀘스터 정국의 물꼬를 틀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오는 27일까지 새로운 예산안이 합의되지 못해 정부 폐쇄라는 극한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난 1995년의 예산 파국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

미국 주택시장의 움직임도 관심 대상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신규주택 판매건수가 2008년 7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주택 모기지 시장의 붕괴와 주택 가압류·차압 등으로 미 가계와 금융기관이 엄청난 고통을 겪어온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지표가 소비자의 구매심리 호전과 경기회복의 선행적 움직임인지 여부는 몇 달 간 더 지켜봐야 한다. 최근 신규 자동차 판매 증가와 맞물려 중산층의 구매력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현상으로 봐야할지도 커다란 관심사다.

미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 성과도 지켜봐야 할 일이다. 누적 국채 매입규모가 3조 달러를 넘어섰고 현재도 월 850억 달러 규모의 매입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효과가 일반 소비자에게 파급되는 소위 낙수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폴 히크리 비스포크 투자그룹 대표는 "소비자들이 어떤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음을 인지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 기업의 현금 보유액이 1995년 1조2000억 달러에서 2012년 4조7500억 달러로 대폭 늘어났음에도 적극적인 투자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에 중산층의 경제적 여건은 지난 수년간 크게 악화됐다.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0%를 차지하는 소득격차 심화, 사회보장, 의료지원, 무상급식 등에 의존하는 저소득층 급증, 아동·노인 빈곤문제 등은 경제 활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최근의 경제지표 움직임이 미국경제의 잠재력과 실적 개선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대기업이나 부유층 등 일부에 국한된 제한적 버블현상에 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누구 말처럼 미국 경제는 봄은 봄이되 완연한 봄은 아닌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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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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