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명 하나는 세종시가 최고?"

[기자수첩] "조명 하나는 세종시가 최고?"

세종=우경희 기자
2013.04.24 06:31

밝고 따뜻하고 조용한 사무실.

사무직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환경이다. 하지만 그런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역설적으로 환경만족도가 최저수준인 사람들이 있다. 그런 배부른 사람들이 무려 5000명이나 된다. 바로 정부세종청사 입주 공무원들이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가 내놓은 '행정기관 세종시 이전에 대한 공무원 인식조사'를 접한 청사 입주 공무원들의 입맛은 쓰다.

근무환경에 대한 총 8개 항목의 만족도 조사에서 평균인 3.00점을 넘은 항목은 근무지조명(3.53), 근무지 온도(3.29), 근무지 소음(3.18) 등 세 항목이다. 밝고 따뜻하고 조용한 사무실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근무지와 공간면적이 2.63점, 정보통신환경이 2.86점으로 평균에 근접했을 뿐 근무지 실내공기는 1.99, 주차공간은 1.70으로 평균을 한참 밑돌았다. 애초부터 최악으로 손꼽혔던 식사시설은 1.53으로 근무환경 조사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과천 대비 악화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81.7%에 달했다. 향상됐다고 대답한 낙관적인 공무원은 11.0%에 불과했다.

집에 대한 만족도는 아예 한 항목도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자연환경 및 경관이 2.81점, 주거시설이 2.60점으로 평균에 가장 근접했다. 치안과 안전은 2.07점, 교육·보육시설은 1.69점, 교통시설은 1.51점으로 평균에 못 미쳤다. 상업시설과 문화여가시설은 각각 1.46점, 1.37점으로 낙제수준이다. 생활환경이 악화됐다는 응답이 88.7%에 이른다. 향상됐다는 응답은 겨우 5.0%다.

모든 항목을 통틀어 집계된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1.97점이다. '보통'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600명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3월 중순 1대 1 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다. 입주 4개월, 세종청사에 대한 공무원들의 가감 없는 평가다.

주관식으로 응답한 '개선을 위한 제안'을 살피다 보면 마음이 아플 정도다.

국회분원의 이전설치, 청와대 2집무실 설치 같은 제안은 이 물론 가장 많았지만 입주공무원들에 대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복수로 나왔다.

'강제이주'나 다름없이 세종으로 이사한 공무원들이 밝은 조명과 따뜻한 사무실로는 결코 치유할 수 없는 마음의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고통은 국민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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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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