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찬 관세청장 "자본거래 조사로 역외탈세 잡는다"

백운찬 관세청장 "자본거래 조사로 역외탈세 잡는다"

김세관 기자
2013.05.03 08:10

[인터뷰] "기업 원산지 규정 지원 총력"

백운찬 관세청장 /사진=이동훈 기자
백운찬 관세청장 /사진=이동훈 기자

관세청은 지난 몇 년간 입법 권한이 있는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찾아다니며 외화 자본 거래에 대한 조사권을 요청해 왔다. 필요성은 인정받으면서도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던 '숙원'사업이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연내 시행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세수확대와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긴 하지만, 실물과 금융의 흐름을 꿰차고 있는 백운찬 관세청장(사진)의 의지와 추진력 없이는 쉽지 않은 과제다.

취임 한달 반을 맞은 백 청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관세청이 자본거래 조사권을 얻게 될 경우 불법 외환거래 조사에 상당한 실효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백청장은 "실물 흐름에 대한 과세는 어느 정도 돼 있다. 문제는 돈의 흐름"이라며 "실물의 흐름과 자금의 흐름이 서로 연결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관세청이 자체 관리하고 있는 62개 조세피난처와의 무역 관련 외환송금 규모는 1856억 달러에 달하지만 수입규모는 404억 달러에 그쳤다. 이 같은 차이는 중계무역 등에 기인한 부분도 있지만, 일부는 재산도피나 비자금 조성 등 불법 외환거래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 관세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는 수출과 수입 등 실물이 오가는 경상거래와 관련된 외환 거래만 조사가 가능하다. 조사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자본거래 내역을 확인해도 이에 대한 조사권이 없어 경찰이나 검찰, 금융감독원 등에 이첩할 수밖에 없었다.

백 청장의 자본 거래 과세에 대한 관심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기재부 세제실장으로 재직하며 '금융세제과'를 신설, 실물흐름에 대한 과세 뿐 아니라 자본의 흐름으로부터 과세 자료가 나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는 "금감원은 인력이 모자라고 일반 경찰은 우리만큼 경험이 없다"며 "실무를 직접 담당하면서 경찰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관세청 요원들이 자본거래를 가장 실효성 있게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운찬 관세청장은 "관세청이 자본거래 조사권을 얻게 될 경우 불법 외환거래 조사에 상당한 실효성이 확보될 것" 이라고 밝혔다. /사진=이동훈 기자
백운찬 관세청장은 "관세청이 자본거래 조사권을 얻게 될 경우 불법 외환거래 조사에 상당한 실효성이 확보될 것" 이라고 밝혔다. /사진=이동훈 기자

백 청장은 행정고시 24회로 지난 1980년 공직에 입문했다. 초임 사무관 시절을 국세청에서 보내고 재무부 증권국을 거쳐 재정경제부 세제실에 둥지를 튼 전형적인 '조세통'이다.

조세전문가로서의 자신감은 강력한 추진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백 청장은 관세행정의 변화를 위해 '투 트랙' 전략을 구사 중이다.

대외적으로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원 확대를, 조직 내부적으로는 관세행정 본연의 업무 효율성 제고를 고민 중이다.

취임후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분야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국내 기업들이 극대화할 수 있도록 '원산지 증명' 업무를 지원하는 것.

백 청장은 "원산지 증명을 받으려면 핵심 품목을 분류하고 관세 가격 평가를 하는 원가회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아직 이런 작업을 원활히 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관세청은 원가회계와 원산지증명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중소기업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FTA 지원센터를 각 세관에 설치, 직접 기업들의 상담에 응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힘이 딸린다. 관세청은 미국, 중국, 베트남 등 6개국에 9명의 관세사를 파견하고 있다. 백청장은 "수출 중소기업들에게 현지에서 제일 필요한 것이 관세 서비스인데 실상이 그렇지 못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백 청장의 또다른 고민은 '속도'와 '효율' 사이의 균형.

백 청장은 "세계 최고 수준인 관세 서비스 속도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통관 심사의 엄격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정부 최고의 화두가 된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해 그는 "세법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지하경제의 개념은 '세금을 내야 하는 데 안 내는 곳'이다"며 "세금을 정확히 낸 기업은 아무 부담이 없으며, 특히 매출 30억 이하 중소기업은 관세조사도 면제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 청장은 지난달 30일 취임후 처음으로 주재한 전국세관장 회의에 제복을 입고 등장했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수 증대 등 시대적 화두를 최전선에서 실천해야 하는 관세공무원들의 책무가 막중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백청장은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공무원은 군인 경찰과 관세청 직원들 뿐"이라며 "국민을 위한 세관, 국민을 위한 관세청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세관 기자

자본시장이 새로운 증권부 김세관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