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때' 모르는 공공기관장들

[기자수첩]'때' 모르는 공공기관장들

유영호 기자
2013.05.20 06:59
유영호 경제부 기자
유영호 경제부 기자

주강수 한국가스공사사장이 지난 16일 물러났다. 새 정부 출범 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장 중에선 처음이다. 지난 2008년 10월에 취임했으니 4년 7개월 재임했다. 2011년 3년 임기를 마친 뒤 정부의 경영실적 평가결과가 우수해 1년씩 두차례 연임했다.

주 전 사장의 퇴임 과정은 화제를 낳았다. 그는 지난달 15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한 직후 사표 제출 사실을 담은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장 임면 과정을 '비밀'에 부치는 것과 비교해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사퇴의 변으로는 "더 큰 대한민국과 희망의 새 시대를 위해 물러나겠다"고 썼다. 법에 보장된 임기를 앞세워 '버티기' 보다 새 정부와 공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물어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주 전 사장의 '용단'으로 가스공사는 에너지공기업 중 가장 먼저 새 기관장을 맞을 수 있게 됐다. 당연히 앞으로의 사업 차질도 가장 적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다른 공기업들은 조용하다. 신중하고 조심스런 현 정부의 인사 스타일을 고려할 때 공공기관장 임면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다보니 인사가 더뎌진다. 공공기관장들은 이를 핑계로 '버틴다'. 몇몇 공공기관장은 "벗을 때 굳이 먼저 '옷'을 벗을 필요는 없다"며 "혹시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느냐"고 공공연히 떠들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때를 놓치고 지나가거나, 머뭇거리다 놓치거나, 알고도 모른 척하면 결국 화를 당한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관리가 물러날 때를 아는 것도 예의 하나"라며 "행동이나 마음에 거리낌이 있을 때가 그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당시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과감히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자신이 코드인사인가 아닌가는 '만약 정권이 바뀌어도 전문성을 인정하고 나를 이 자리에서 일하게 할까'라는 질문으로 판단하면 된다"며 "재신임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전 대통령은 그렇게 제출된 사표를 즉각 반려했다.

지금 눈치만 보고 있는 공공기관장들은 지금 '거리낌이 있는 때'가 아닌지 자문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것도 못한다면 스스로 능력과 전문성을 무시한 '코드인사'임을 자인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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