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산업통상자원부, '절전대책' 발표한 날 명동 가보니...7월부터 집중단속 '과태료'

3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섭씨 26도로 평년보단 더운 날씨였다.
하지만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았던 지난주에 비해 더위는 한층 누그러졌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도 했다.
서울 명동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골목을 골라 세어보니 17개 매장 중 출입문을 닫아 놓은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다른 골목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활짝 열린 문을 통해 매장에 들어섰다. 매장 밖보다 무척 시원했다. 에어컨이 큰 소리를 내며 가동되고 있었기 때문. 문이 열린 상태에서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었으니, 밖으로 나가는 바람을 감안하면 최고 출력으로 틀어놓은 듯 보였다.
이 시간대는 정부에서 에너지 절약을 강조한 이른바 피크시간대(오후 2~5시)였다. 예비전력이 턱없이 부족한 시간대로, 자칫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이 일어날 수도 있다.
매장 앞에서 샘플 바구니를 들고 손님들을 끌고 있던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오늘은 많이 안 더워서 괜찮은 편인데, 한여름엔 매장 입구에만 들어서도 시원하다"며 "문을 열어놓아야 지나가던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들어온다"고 말했다.

인근의 한 식당 관계자도 "날씨가 더 더워지면 길거리에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인데 매장이 시원하면 손님들이 들어오고 싶어할 것"이라며 "손님 끌려고 밖에 사람 세워두기도 하는 마당에 손님들이 스스로 들어오게 된다. 다른 곳들도 다 이렇게 하는데 우리만 문 닫아 놓으면 누가 찾겠나"고 강조했다.
실제 한 골목에 나란히 위치한 두 의류매장을 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한 곳은 출입구를 닫아 놨고 한 곳은 활짝 열어 놓았다. 문이 닫힌 매장엔 들어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반면 문을 열어 놓은 곳에선 수시로 사람들이 들락날락했다.
한 의류매장 매니저는 "다른 매장들도 다 문을 닫아 놓는다면 전기도 아낄 수 있고 장사도 잘 되겠지만 다른 곳은 문을 열어 놓는데 우리만 닫고 있을 수는 없다"며 "그런 면만 철저히 관리해준다면 적극적으로 정책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과천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윤 장관은 "올 여름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된다"며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절전 노력이 필요하다"고 읍소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절전을 호소한 그 시간에 대부분 매장들은 절전은 커녕 전기를 펑펑 쓰며 '손님 끌기'에 열을 올렸다. 한쪽에서 전기를 절약해 달라고 호소할때, 다른 한쪽에선 문을 열고 길바닥에 전기를 쏟아 붓고 있는 모습이 전력난에 빠진 대한민국의 풍경이다.
윤 장관은 이날 "7~8월 중 피크시간에 문을 열고 냉방을 하는 업체들을 단속해 과태료를 물릴 계획"이라며 "계도기간 없이 집중단속을 통해 1차 경고 후 바로 페털티(벌칙)를 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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