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철강판 등 원부자재 '날개'… 한국 中企, 내수 10억명 시장개척 '교두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30분, 터키 경제의 '심장' 이스탄불 제텐부루누 지역에 있는 자동차부품 유통업체 오토하칸 본사.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 업체에 일하는 10여명의 구매·공급담당 직원들은 점심시간이 가까웠는데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밀려드는 한국산 제품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오토하칸은 한국과 대만, 중국 등으로부터 자동차부품을 수입해 현지 자동차 제조 및 정비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부품의 수입을 시작한 것은 2003년으로 벌써 10년째. 그런데 지난달 1일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한국산 제품을 찾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 관세인하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 때문이다.
터키의 자동차부품 수입관세는 5~10%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부품의 마진률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하지만 한·터키 FTA 발효로 한국산 제품의 수입관세 일부가 즉시 철폐됐다. 나머지도 초대 7년 내에 모두 철폐된다.
세다트 일드즈 오토하칸 해외구매 책임자는 "여러 국가로부터 자동차부품을 수입하고 있지만 특히 한국산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한·터키 FTA 발효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 등으로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인하 혜택에 힘입어 오코하칸은 한·터키 FTA 발효를 계기로 한국산 자동차부품의 수입을 10% 정도 늘릴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수출 124% 늘어=한·터키 FTA 발효 한 달을 맞아 터키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비록 두 나라간 교역액이 상대적으로 적어 경제전반에 대한 체감도는 다소 낮은 상태지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 특히 FTA를 활용하려는 업계의 움직임도 점차 빨라지고 있어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 뒤에는 본격적인 FTA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5월 대(對)터키 수출은 4억7599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9% 늘었다. 수입이 지난해 5월 4642만달러에서 올해 5월 4652만달러로 별 변동이 없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 폭이다.
최대 수출 품목은 합성수지다. 5월 합성수지 수출액은 5999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74.8% 급증했다. 디스플레이와 철강판도 FTA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와 철강판은 5월 각각 3348만달러와 3296만달러를 수출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24.2%, 94.3%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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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관계자는 "FTA 발효 한 달만에 주요 수출 실적이 크게 늘었다"며 "전부 FTA 효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지에서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원산지증명 부담↓, 중소기업 날개단다=FTA를 활용하려는 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한·터키 FTA가 미국, 유럽연합(EU)과 체결한 기존 FTA들과 비교해 원산지 증명부담을 크게 완하했다는 점이다.
까다로운 원산지 증명부담이 FTA 활용도를 낮추는 주범이라는 점에서 한·터키 FTA의 높은 활용도가 기대된다. 현재 한·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FTA의 활용도가 5%, 한·인도 포괄적경제협력협정(CEPA)이 20%, 한·EU FTA 65%, 한·미 FTA 25% 수준에 불과하다.
이상광 KOTRA 이스탄불 무역관장은 "한·터키 FTA는 기본적으로 자율증명제도 및 인보이스 신고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수출자가 자체적으로 증명발급이 가능하다"며 "수출자에게 서류발급에 대한 부담을 많이 경감시킨 형태로 중소기업들의 FTA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관세철폐 및 인하도 자동차(부품 포함), 기계, 전기전자, 섬유, 화학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 골고루 수혜가 가능하다"며 "수출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에 대해 가격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KOTRA는 올 하반기 이스탄불에서 한국 중소기업 100여곳이 참여하는 대형 한국상품전을 여는 등 FTA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실제 중소기업에 대한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세밀 카카르 터키 카렉스그룹 회장은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한국 대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을 수 있는 원동력은 자재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 걸쳐 협력사들의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터키의 경우 전 산업에서 필요한 원부자재 등의 90%를 해외에서 구매해와야만 하는 구조"라며 "한국 중소기업들과 적극 협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구 10억명 경제권 여는 '열쇠'=전문가들은 특히 터키가 가지는 성장잠재력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터키의 대EU 시장의존도는 현재 45%에 불과하고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EU 경제침체의 영향을 그만큼 덜 받는다는 의미다. 실제 터키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규모에도 2010~2011년 각각 8%의 고성장을 달생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된 지난해에도 3%대의 견고한 성장을 이어갔으며 올해와 내년에는 성장률이 4.1%, 5.1%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터키는 인구 8000만명의 단일 내수시장으로의 매력이 충분한 데다 중동,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활발한 교역 및 역사, 인종적 동질감을 바탕으로 시장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범터키경제권으로 분류되는 시장의 인구 규모는 10억명에 이른다.
양국간 경협 활성화의 공로로 터키인 최초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한 아일 키바르 터키 키바르그룹 회장은 "빠른 경제성장, 양질의 노동력, 터키 및 인근지역을 아우르는 넓은 소비시장 등 터키가 가진 성장잠재력은 매우 크다"며 "한국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