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계 서로 외면해 역량 낭비… R&D, 현장과 만나 혁신 이뤄야"

"산업경쟁력의 원천이 돼야 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개발(R&D)이 정작 산업현장으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 산·학·연이 협력하지 못하면 '창조경제'는 단순한 구호에 그칠 것이다."
이기섭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원장은 지난 13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집무실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KEIT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 R&D 기획·평가·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국내 산업기술 콘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다. 산업기술 R&D 투자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2조원을 집행하고 있는 KEIT의 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얼마전 한국형 창조경제의 모델과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담은 '창조경제와 R&D전략'을 출간했다.
이 원장은 "정부 출연 연구소는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역할을 많이 했지만 산업계의 역량이 높아지면서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기업과 출연연이 서로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시너지 효과를 내 경쟁력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 할 두 주체가 서로를 외면하다보니 국가 R&D 역량이 결집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더 이상 '나홀로식 R&D'로는 창조적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시스템 혁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시스템 혁신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현장과의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현장과의 소통없이 연구기관만을 중심으로 한 R&D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R&D 경쟁력이 저하됐다는 것이 이 원장의 분석이다.
이 원장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액 비중은 세계 2위에 이르지만 정작 질적 성과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과 연구기관이 '따로국밥'처럼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 원장은 취임한 직후부터 산·학·연 전문가들과의 간담회, 세미나, 포럼 등을 통해 기업과 연구기관을 소통시키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취임 6개월여만에 업종별로 20회의 간담회, 포럼 등을 진행했다.
백미는 의료기기 상생협력포럼. 의료기기의 수요자인 종합병원과 개발을 맡고 있는 의료기기생산기업들이 협력해 새로운 의료기기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수요자와 연구자가 직접 머리를 맞대 보면 어떤 분야,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가 그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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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국정철학인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창조적 혁신으로 산업간 융합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부가가치와 생산성을 높여 성장과 고용을 창출하는 성장패러다임"이라고 정의했다.
'창조경제' 달성을 위해 핵심 수단으로 꼽은 것이 바로 R&D. 그는 "창조경제는 과거의 추격형 혁신이 아닌 생산성이 높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창조적 혁신을 통해서만 실현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원천기술 연구를 강화해 R&D 투자의 성과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기술을 세계 최고로 도약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기술한류 '케이테크(K-tech)' 브랜드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이 원장은 "세계 수준의 정보기술력과 제조, 서비스 등 분야를 결합하고 여기에 우리 문화역량 등 창의성을 더한다면 우리는 초일류 산업기술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PC에 'Intel Inside'를 붙이듯 우리 제품은 물론, 다른 나라 제품들도 'K-tech Inside'라면 제품의 성능을 신뢰할 수 있다는 브랜드 파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정고시 21회로 경제기획원을 거쳐 상공부에서 공직생활을 보낸 이 원장은 독일 상무관, 생활산업국장, 전파방송정책국장(정보통신부 파견), 지역산업균형발전기획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등 핵심보직을 두루 거치며 시야를 넓혔다.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재임 중에는 '혁업일체'의 경영전략으로 공공기관 혁신평가 결과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고, 자동차부품연구원장 재임시 경영효율화를 통해 적자에 허덕이던 기관을 3년 연속 흑자로 전환시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