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워킹맘, 눈치 안보고 10시 출근… 월급은?

30대 워킹맘, 눈치 안보고 10시 출근… 월급은?

이현수 기자
2013.07.12 07:10

[정규직 시간제, 대한민국의 실험-6] 코트라 과장, 시간제 근무 신청 후

[편집자주] 【편집자주】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내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4대 보험 등 각종 처우를 정규직에 준하게 제공하는 '정규직 시간제'를 말한다. 비정규직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노동계의 우려는 이해가 가지만 '남성 중심의 전일제 일자리'라는 프레임을 바꾸지 않고선 일과 가정의 양립도, 고용률 70% 달성도 힘든게 현실이다. '정규직 시간제'의 현주소, 정착 가능성, 성공을 위한 조건을 짚어 본다.
박선희 코트라 인재경영실 과장.
박선희 코트라 인재경영실 과장.

오후 6시. 퇴근길이 초조하다. 후다닥 짐을 정리해 회사를 나서니 6시 20분.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7시가 다됐다. 또래 아이들은 다 가고, 내 아들만 가방을 안은 채 혼자 남아있다. "엄마가 늦어서 미안해." 어르고 토닥이니 아이가 왈칵 눈물을 쏟는다.

대한무역투자공사(코트라) 인재경영실 과장인 박선희(37)씨는 지난해 초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데려오는 일로 마음고생을 했다. "어린이집 프로그램이 10시에 시작되는데, 저는 아이를 8시까지 데려다놓고 서둘러 출근했어요. 네 살 아이가 10시간을, 거의 온 종일을 엄마와 떨어져 보냈죠. 아이가 '난 왜 혼자 있어야해'라고 묻는데…."

박 과장이 양질의(정규직) 시간제 근무를 신청한 것은 지난 3월. 출산 직후 쓰고 남은 육아휴직 기간 11개월을 모두 사용하고 직장으로 복귀할 때 내린 결정이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를 두고 '일이냐 가정이냐'를 고민하던 차, 직장에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해 시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례가 있더라고요. 아예 없으면 저도 신청하기 어려웠을 텐데, 지난해 회사에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사용했던 직장 맘이 있었어요. 저도 회사 복귀하면서 신청했고 팀에서 수리를 해줬습니다."

코트라는 2011년부터 유연근무제의 일환으로, 신규근로자 외에도 본인이 희망하면 단시간 근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기간은 1년이고, 1년씩 두 번 연장해 3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1일 최소 3시간 근무, 1주일에 15시간~35시간 근무가 원칙이다.

박 과장의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전일제 근로자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데, 이보다 1시간 30분을 덜 일하는 셈이다. 처음 두 달은 10시부터 5시까지 일했지만, 아이가 태권도학원에 다니면서 여유가 생겨 근무시간을 다시 30분 늘렸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10시에 출근하면 직원들이 일에 몰입돼있어요. 저도 바로 일처리를 시작하죠. 피해 안주려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하려고 합니다. 퇴근 후 아이와 함께 집에 도착하면 6시정도 돼요. 퇴근 피크타임에 30분 일찍 움직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임금차별은 없을까. 박 과장은 "일을 덜한 시간만큼만 임금을 덜 받으니 차별이 아니다. 전일제 근로자들의 80%를 조금 넘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트라는 전일제 근무 급여를 기준으로 근무시간예 비례해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성과급 역시 마찬가지다. 특근비와 시내교통비 등은 전일제 근무와 동일하게 지급한다.

박 과장은 "삶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여유를 느끼다보니 아이도 부드러워졌다. 깨우지 않아도 먼저 일어난다"며 "남편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가정이 정리되고 안정된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제 근로는 개인의 선택사항인것 같다"며 "급여를 줄일 것인지 일에 몰두할 것인지는 개인이 선택해야 한다. 육아휴직 끝나고 일에 복귀하면서 시간제 근무가 필요한 수요자들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시간제 근로를 늘리기 위해 상용형 위주의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고, 시간제 인사관리 모델 개발을 확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공공기관의 시간제 비율은 정부기관 전체의 0.79%, 공공기관은 2.75%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코트라 같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시행하는 기관이 아직 많지않고 미미한 수준이다"며 "고용률 70% 로드맵을 토대로 향후 공공부문의 시간제 근로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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