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연금, 세제개편 전철 안밟으려면

[기자수첩]국민연금, 세제개편 전철 안밟으려면

이현수 기자
2013.08.21 07:10

"돌려받을 수 있겠어요? 그냥 세금이라고 생각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더 내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

30대 회사원 김모씨의 말이다. 지금도 연금 고갈 얘기가 나오고 있는 마당에 자신이 받을 때까지 아랫세대가 버텨주겠냐는 것. 김씨는 "10년을 월급에서 꼬박꼬박 떼어갔는데, 어디에 어떻게 썼다는 말 한마디 없이 돈이 부족하다는 얘기만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제시한 보험료율 조정 움직임을 보는 대부분 국민들의 시선이다. 보건복지부는 21일 공청회를 열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13~14%까지 올리는 인상안과 동결안을 두고 의견수렴을 할 예정이다.

인상이 현실화되면 정부의 세제개편으로 촉발된 직장인들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재정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5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도 초기 70%였던 연금 소득대체율은 60%로, 다시 40%로 떨어져 '용돈연금'으로 전락했다. 인구 고령화로 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받을 사람은 많아진다는 게 이유였다. 60살이면 연금을 타게 된다는 처음 약속도 지켜지지 않아 1969년생 이후부터는 65세부터 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돈은 똑같이 내지만 덜 받고 늦게 받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번번이 무산됐던 보험료율 인상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는 이번에도 고령화 때문이다. 국민연금추계위는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오는 2044년 수지 적자가 발생한 뒤 2060년이면 기금이 모두 고갈 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기금이 소진되면 필요한 재원을 그때그때 마련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고령화 전망이 하루이틀에 나온게 아닌데 매번 고령화를 이유로 번번이 혜택을 줄이는 것을 돈을 내는 국민들은 납득하기 힘들다. 막연히 '지금까지 낸 돈이 모두 소진되고 내가 받을 무렵에는 고갈된다, 지금 내는 것으로는 받지도 못할 상황이니 돈을 더 내야한다'고 하는 것은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윽박지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상안을 제시하기 전에 정부는 왜 매번 연금제도가 바뀌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인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예측을 근거로 설득해야 한다. 소득대체율이 60%가 넘는 공무원· 군인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없이 '인상'이라는 결론을 국민들에게 통보한다면 세제개편안에 이어 다시 한번 월급쟁이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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