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다져쓰'와 '한숨원'

[기자수첩]'다져쓰'와 '한숨원'

김평화 기자
2013.08.28 07:15

'되는 팀'은 감독이 만드는데...'전력난' 주역 한수원 수장 빈자리 83일째

김평화 증명사진
김평화 증명사진

선발투수가 초반에 무너진다. 몸 풀 시간도 없이 긴급 투입된 불펜진은 과부하로 비틀거린다. '믿을맨'이라고 등장한 선수는 앞 선수가 남긴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인다. 마무리 투수도 마땅치 않다.

류현진이 활약하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시즌 초반 모습이다. 국내 팬들로부터 '다져쓰(다 졌어)'라는 조소 섞인 호칭으로 불리던 때다. 당시 다저스는 지구 최하위로 뒤쳐지며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번 여름 전국민의 스트레스 지수를 폭발시킨 전력난의 모습이 딱 그 모양이다.

지난 5월 원전부품비리로 인해 원전 3기가 멈춰선 건 위기의 시작이었다. 전력당국은 약 300만kW의 전력공급이 줄어든 상태로 올 여름을 맞았다. 야구로 치면 선발투수가 조기강판된 것과 다름없다.

어쩔 수 없이 조기 등판한 화력발전소들은 이미 지난 5월부터 최대출력(MGR)으로 상시 예비력을 공급했다. 이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여름철 전력공급량의 70%는 화력발전이 책임졌다.

과부하가 걸리니 '부상'이 찾아오는건 당연했다. 지난 11일 발전용량 50만kW급인 당진화력발전소 3호기 가동이 갑자기 중단된데 이어 10만kW급 서천화력 2호기도 멈춰 섰다.

지난 12일 오후 8시쯤엔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한울4호기, 전력난 구원투수 등판"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100만kW급 원전 한울 4호기가 '23개월만의' 정비를 끝내고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재가동을 승인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구원투수'가 무너지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21일 한빛 6호기가 부품 고장으로 불시 정지되면서 전국은 또다시 전력난을 걱정해야 했다.

후반기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으로 '환골탈태'했다. 8할에 가까운 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전과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믿기 힘든 활약을 해주는 선수들의 덕도 있다. 하지만 돈 매팅리 감독의 용병술 없이는 힘들었을 결과다.

시즌 초반 다저스가 부진에 빠졌을 때, 감독경질설도 나돌았지만 구단은 감독을 믿었다. 결국 매팅리 감독은 성적으로 보답했다.

반면 전력난의 출발점이자 종결자가 돼야 할 한국수력원자력의 감독 자리는 비어 있다. 김균섭 전 한수원 사장이 책임을 지고 면직 된지 83일째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비리와 사고 관련 소식에 들리는 건 한숨 소리밖에 없는 '한숨원'이 된지 오래다.

한수원은 김 사장이 물러난 후인 6월 10~13일, 사장직 공모를 통해 15명 내외의 지원자를 받았다. 하지만 전직 관료와 한국전력 한수원 출신 등 '관치 인사'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 인사가 대부분이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결국 한수원 임원추천위는 23일부터 28일까지 사장직 지원자를 다시 접수하고 있다. 순탄하게 공모가 이뤄진다 해도 다음달 중순까진 사장 자리가 비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은 "감독의 결정을 믿고 던졌을 뿐"이라고 말하곤 한다. 한수원 직원은 "누구를 믿고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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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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