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인증 취소로 재생지 납품자격 상실… "기업 이미지 실추 불가피"
한솔제지(3,275원 ▼115 -3.39%),무림페이퍼(2,010원 ▼100 -4.74%),한국제지등 국내 제지업계 '빅3'가 교과서용 종이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정부 기준 미달로 우수재활용제품품질(GR) 인증을 취소당하면서 교과서용 종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재생지' 납품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과 제지업계에 따르면 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는 한솔제지, 한솔제지의 자회사 한솔아트원, 무림페이퍼, 홍원제지 등 4개 제지업체의 GR 인증을 이달 중 취소할 계획이다. 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관계자는 "4개 제지업체의 '재생지' 제작 과정이 정부가 정한 규격에 어긋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인증취소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고 이달 중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30% 이상의 국내산 폐지를 이용한 재활용 펄프로 만든 제품을 '재생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규격을 검증받아 GR 인증을 받은 업체에만 검·인증 교과서와 EBS교재 등 교과서용 재생지 납품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있다.
이들 4개 업체는 GR 인증이 취소되면서 교과서용 종이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됐다. 앞서 한국제지가 올해 GR 인증을 연장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제지업계 '빅3' 모두가 교과서용 종이 시장에서 나란히 물러나는 셈이다.
한 해 사용되는 교과서용 종이량은 총 3만5000톤 안팎. 이 가운데 '재생지'는 전체의 약 70%, 금액기준으로 500억원 수준이다. 이 시장은 당분간 GR 인증을 유지한 전주페이퍼, 대한제지 2개 업체가 독점하게 됐다.
그동안 한솔제지는 재활용설비를 갖춘 대전공장에서 재활용 펄프를 공급받아 '재생지'를 생산해왔다.
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관계자는 "제조 과정에서 재활용 펄프를 30% 이상 사용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 서류 조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한솔제지의 제작 프로세스와 협회의 GR 인정 프로세스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림페이퍼와 홍원제지의 경우에도 실사를 통해 '재생지' 생산단가가 판매단가보다 높은 점 등 생산 과정 전반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대부분 소명하지 못해 인증을 취소당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 홍원제지가 이번 GR 인증 취소로 기업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업계 선두 기업으로서 상징적 의미가 강한 교과서용 종이 시장에서 퇴출당한 것이 기업경쟁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교과서용 종이 시장은 연간 450만톤 안팎에 달하는 국내 인쇄·신문용지 시장의 1%도 안 되는 작은 규모지만 프리미엄적 성격이 강하다"면서 "또 규모는 작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준 다는 점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