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예·결산의 법정처리 시한이다.
의사봉만 두들기면 되는 일이 아니다. 예산과 묶어 처리하기로 한 세법개정안은 차치하고라도 이해득실이 엇갈리는 예산안에 대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시한을 20일 남짓 남겨둔 국회에선 예·결산은 남의 일이다. 시한 초과는 기정사실이 된 분위기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다. 연말까지 정기국회 개원을 놓고 정쟁을 벌이면서 예·결산은 미뤄지기 일쑤였다. 올해 초엔 초유의 '준예산 상황'까지 벌어졌다. 1월 1일 새벽 6시에야 올해 예산안이 통과되면서 6시간 동안 '예산 없는 정부'가 된 것이다.
연말도 넘겨 급기야 새해 새벽까지 예·결산 통과는 매년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
'늦어지면 큰일인데'에서 '늦어져도 별 일 없네'로 이어지는 심리적 순응도 매년 반복된다. 기획재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매년 처리시한이 늦어지며 결국 작년 준예산까지 왔는데 아직도 '언제 처리하든 집행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어쨌든 집행되면 되는것 아니냐"고 할 지 모르지만 현장의 설명은 다르다. 매년 조금씩 파열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2월에 예산이 통과돼도 본격 집행은 3월에나 이뤄진다"며 "만약 1월 중 예결산이 통과되면 집행은 4~5월에나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는 예년과도 상황이 또 다르다.
세수부족에 따른 재정리스크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우리 GDP(국내총생산) 규모를 감안하면 예산이 묶이는 '돈(錢)맥경화'는 성장에 치명적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살리기에 집중키로 하고도 돈 주머니는 4분기부터 꽉 졸라매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 예산처리가 정쟁의 '볼모'가 되는데 따른 정부의 초조감은 더해질 수 밖에 없다.
'3.9% 성장'이라는 기대 섞인 장밋빛 전망을 던졌는데 출발부터 계획이 어긋날 판이다. 정부의 예산집행과 사업추진이 늦어지면 여파는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들, 그리고 이들에게 목매고 있는 일반 국민들로 이어진다. 이들은 여의도를 바라보며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