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영돈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관

우리나라는 그동안 교육훈련기관을 통해 기능·기술 인력을 양성해 기업에 공급해 왔다. 여기서 배출한 인력들은 산업화시대 경제발전에 큰 몫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쟁이 심화되고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의 교육훈련기관 중심의 인력양성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반도체·소프트웨어 등 첨단산업 분야의 기술인력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인력 미스매치 문제도 심각하다.
고심 끝에 정부는 기업이 주도해 현장에서 꼭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교육훈련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이 교육훈련기관과 협업해 현장훈련과 이론교육을 함께 제공하는 '한국형 일·학습 병행제'다. 일주일에 3~4일은 기업에서, 1~2일은 학교에서 실무를 배우는 독일, 스위스 등의 듀얼시스템을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게 도입한 것이다.
이 제도는 직무기초능력 또는 소양이 있는 자를 기업이 채용한 후 교육훈련을 통해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기술을 갖추게 해 활용하는 제도다.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나 상급학교 진학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가령, 고교졸업예정자가 일·학습 병행제에 참여할 경우 기업에서 체계적인 현장훈련과 교육훈련기관에서 이론교육을 받게되고, 전체 과정을 이수하면 그에 맞는 정당한 대우도 받을 수 있다. 4년제 학위를 받으려는 경우 4년제 대학의 계약학과 과정을 운영하는 일·학습병행제 기업에 참여할 경우 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물론, 이때 필요한 교육훈련비용(계약학과 대학교육비용 포함)은 정부로부터 모두 지원 받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취업한 상태에서 교육훈련을 받으니 기업으로부터 임금도 받을 수 있다. 조기취업을 할 수 있고, 임금을 받으면서 배울 수 있고, 자격이나 학위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일·학습 병행을 기업·산업계가 주도하므로 이쪽 분야의 흐름을 발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기술 수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현장실무형 인력 양성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주단체, 관계부처 등과 함께 기술력을 보유하고 근로조건이 우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1300개 기업을 선정하고, 연차적으로 선정 기업 수를 늘려 2017년까지는 1만개 기업이 사업에 참여토록 할 계획이다.
일·학습 병행제가 성공하려면 일자리 주체인 기업·산업계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은 근무여건 개선, 체계적인 훈련 제공 등을 통해 기술 인력을 키워내는 쪽으로 채용문화를 바꾸고, 산업계는 기업에서 얻은 훈련 성과와 근무 기간을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고민이고,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어서 아우성이다. 학벌지상주의로 고학력 실업자는 여전히 양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학습 병행제는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해소하고, 학벌이 아닌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독자들의 PICK!
'평온한 바다는 결코 유능한 뱃사람을 만들 수 없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젊음의 특권인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일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기회를 거머쥐는 청년들이 올 한 해 많이 나와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