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네 식구들' 정년 80세, 황당하다고요?

'왕가네 식구들' 정년 80세, 황당하다고요?

세종=정진우 기자
2014.02.17 16:47

[기자수첩]

일본 도쿄 아라카와구에 위치한 철제가공 중소기업 이시카와 와이어.

지난달 중순 취재차 방문한 자리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유키오 사장에게 깜짝 놀랄만한 얘길 들었다.

회사가 설립된 지 92년 됐는데, 14세때 입사해 올해 80세가 되는 직원이 있다는 것. 66년간 한 회사에서 일한 것도, 정년이란 개념과 거리가 먼 근로여건도 놀라웠다. 유키오 사장은 "일본 기업의 정년은 65세라 60세 넘는 회사원들이 많다"며 "우리 회사에도 60세 넘는 직원이 많지만, 기술만 갖고 있으면 특별히 정년이 없다"고 자랑했다.

50세만 넘으면 짐을 싸야할 것 같은 분위기인 우리나라에선 생각하기 힘든 얘기다. 최근 취업전문 사이트에서 국내 기업 283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평균 퇴직 연령은 51세로 나타났다. 법적으로 규정된 정년 58세를 채우고 나가는 직장인은 22%에 불과했고, 44세 이하 퇴사자 비율이 35.6%로 가장 많았다. 정년이 58세지만 이를 지키긴 힘들다는 것이다.

일본은 2012년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정년을 65세로 올렸다. 프랑스도 2010년 법적 퇴직연령을 62세로 올렸고, 독일 65세, 덴마크 67세, 헝가리 62세, 스웨덴 65세 등 유럽 대부분 국가 정년이 60세를 넘는다. 이들 나라의 특징은 20~30년전부터 오랜기간 노사정이 대화를 통해 정년 연장을 놓고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을 시행할 예정인데, 기업들은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인건비 등 기업의 부담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노사정이 임금체계 개편 등 정년연장에 필요한 근로조건을 놓고 충분한 논의를 못한 탓에 인건비 등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은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기업들은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 등 후속 논의가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충분한 합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될 경우 구조조정 등 오히려 인력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시청률 50%에 육박한 인기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은 마지막회에서 30년 후인 2044년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정년이 80세로 늘었다"는 설정이 '황당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고령화가 지금처럼 빠르게 이뤄진다면 30년 후엔 정년 80세 시대가 전혀 황당하지 않을 수 있다.

선진국들이 20~30년 준비해 지금의 정년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듯이, 우리도 노사정 합의에 바탕을 둔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다.

'정년연장'이란 정치적 구호에만 매몰돼 서둘다보면, 대다수 사람들은 오히려 직장에서 쫓겨나는 '정년축소'가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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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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