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은행권, 조선업계 보증섰다가 300억 '세금 폭탄'

[단독]은행권, 조선업계 보증섰다가 300억 '세금 폭탄'

김세관 기자
2014.02.21 05:40

1500억원대 선수금 보증 이행..국세청 "기타소득 원천징수 했어야"

조선소의 선박 건조 모습. 머니투데이 DB.
조선소의 선박 건조 모습. 머니투데이 DB.

중소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를 돕기 위해 외국 선주들에게 보증을 섰던 국내 은행들이 수백억원의 세금 폭탄을 추징 당했다.

20일 금융권과 국세청에 따르면 국민·농협·수출입·신한·우리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은 지난연말 서울지방 국세청으로부터 각각 10억~70억원, 총 약 300억원의 과세통보를 받았다.

외국 선주들에게 1000억원이 넘는 RG(선수금 환급보증)을 이행하면서 이에 대한 소득세 원천징수를 은행들이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국세청은 RG를 '위약금'으로 보고 은행들이 선주들의 기타소득세(세율 20%)를 원천징수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선주들이 조선소에게 선지급했던 원금을 돌려준 것 뿐인만큼 세금추징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최근 급증한 RG 지급…국세청 "기타소득, 은행들은 원천징수 했어야"

RG(Refund Guarantee)는 선주와 조선소가 선지급금을 걸고 건조계약을 체결할 때 약속한 배를 제 때에 완성하지 못할 위험에 대비, 선지급금의 환불을 조선소의 주거래 은행이 보증하는 제도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가 호황이던 시절에는 은행들의 RG 지급 건이 거의 없었다. 주문 물량이 밀려 약속된 날짜에 배가 완성되지 못해도 이미 배값이 선수금보다 오른 상황이라 선주들이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업계 불황으로 파산 등이 발생해 실제 배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외국 선주들의 국내 은행 상대 보증금 요청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RG에 서명했던 국내 은행들은 2011년경부터 보증금을 외국 선주들에게 이자와 함께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3~4년 사이 증가한 RG 관련 보증금 지급을 과세당국이 최근 위약금으로 보고 기타소득(세율 20%)에 대한 과세를 하면서 발생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외국 선주들에게 준 보증금은 위약금이다. 위약금은 기타소득에 열거돼 있어 은행들이 원천징수를 한 후 지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입수된 자료 및 법인세 신고·납부 내역 분석을 통해 주요 은행들에게 총 300억여원을 추징했다.

기타소득 세율이 20%인만큼 은행들이 손해 본 보증금만 약 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금융권은 추산했다.

◇"원금 보증이 소득?…中企 도우려다 '설상가상'"

은행들은 선주들이 미리 지급한 선지급금을 보증이행 형식으로 돌려준 것뿐인데 이를 선주들의 소득으로 보고 소득세 원천징수 의무를 금융권에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업 종사자는 "RG를 신청한 외국 선주들에게 은행들이 원금에 더해 6% 정도 이자를 계산해 지불한 것으로 안다"며 "이 이자소득에 한해 원천징수 의무 불이행을 지적했다면 수긍할 수 있지만 보증 차원인 원금에 대한 원천징수까지 했어야 한다는 과세당국의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국 선주들에게 준 보증금을 위약금으로 규정하고 기타소득 원천징수 의무를 은행들에게 부여한 논리도 업계는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기타소득은 상금, 복권, 위약금, 알선수수료, 사례금 등 소득세법 상 열거된 내용에 한해서만 인정된다.

은행들은 계약에 따라 보증금을 외국 선주들에게 줬을 뿐 어떠한 위약행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당국이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기타소득 항목인 위약금으로 보증금을 끼워 맞춘 것 아니냐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RG는 저성장·저금리에 따른 수익악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로 곤혹스러운데 업계의 또 다른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했던 것인데, 막대한 손해에 세금까지 내게 되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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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관 기자

자본시장이 새로운 증권부 김세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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