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높으신 의사님'들 국민에 봉사한다?

[기자수첩]'높으신 의사님'들 국민에 봉사한다?

이지현 기자
2014.03.25 06:10

"투쟁 강도를 높이면 한번 정한 정책도 뒤바꿀 수 있다는 못 된 선례를 남겼습니다. 의사들 앞에서 정부의 대응은 허울뿐이었습니다."

의사들의 집단 휴진 사태를 바라본 한 대형병원 의사는 '원칙'도 '소신'도 없이 의사들에게 끌려만 다닌 정부의 한계를 되레 씁쓸해 했다.

전 조짐은 의료계-정부 협의안이 처음 파기될 때부터 감지됐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한 달간 의사협회와 6차례 만나 의정협의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발표 4시간 만에 의사들이 협의안을 무효화했고 휴진을 결의했다. 정부는 "신뢰를 깨버린 단체와 대화하지 않겠다"고 대응했지만 이 또한 말뿐이었다. 정부는 원칙을 깨고 의료계와 대화 창구를 재가동했다.

끌려다니는 정부의 모습은 지난 10일 1차 휴진이 현실화한 후에도 재현됐다. 정부는 "국민 불편을 초래한 단체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지만 추가 협상을 통해 △의료보조인력(PA) 합법화 추진 중단 △의료인 폭행 방지법 입법 등을 선물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성을 의료계에 더 유리하게 바꾸는 방안도 '연내 입법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의사협회에 약속한 내용 중 일부는 간호사 등 다른 단체와의 기존 합의를 뒤집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또 어떤 말 바꿈으로 무마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물론 대형병원 전공의까지 휴진에 참여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정부가 최악의 강공을 하지 않은 것을 놓고 "유연하게 대응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의사들의 태도는 이런 정부의 정책 후퇴를 무색하게 한다. 지난 20일 의사들은 휴진 철회가 아닌 유보를 택하며 언제든지 다시 휴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새로운 투쟁단을 꾸려 강도 높게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투쟁 의지 배경에는 내년도 수가(진료비) 인상을 비롯해 모든 쟁점들을 의사들의 입맛에 딱 들어맞게 관철시키는데 있어 보인다.

2차 휴진은 실행되지 않았지만 휴진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수가 인상폭이나 기타 다른 사안들이 의사들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의사들은 또 집단휴진 카드를 쓸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최악의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준비하던지, 아니면 휴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의사들에게 끌려다니던지 방침을 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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