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규제 정국'에 표류하는 공정위

[기자수첩]'규제 정국'에 표류하는 공정위

세종=우경희 기자
2014.04.09 06:37

"'규제'라는 딱지만 붙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인식이 퍼지는게 더 문제입니다."

수화기 너머 공정거래위원회 A국장의 목소리 톤이 더 높아졌다. 얼마전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 법률 개정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이 법에는 '임시중지 명령'이란 조항이 있다. '짝퉁'을 속여 팔거나 돈만 받고 상품을 배송하지 않는 불량 사이트에 대해 공정위가 즉시 사이트 가동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정위 입장에선 불량사이트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회심의 대책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사기에 덜 노출될 수 있어 반가운 내용이다. 이 안건은 9일 국회에 상정된다. 하지만 법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규제개혁' 때문이다.

관련업체들은 이 제도를 규제로 몰아가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규제를 '암 덩어리'로 분류하고 혁파에 팔을 걷어붙힌 판이다. 국회서도 규제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류되는 법안 통과에 힘이 실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자상거래법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무예치비율을 어긴 상조업체들에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할부거래법 개정안도 같은 이유로 국회 계류 중이다.

상조업체들은 선수금을 받으면 50%를 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한다. 기본적인 상조재원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예치율이 기준을 밑돌아도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없다. 최근 상조업체 부실이 뻥뻥 터지고 있지만 상조업계의 '규제강화' 반발에 법은 국회에 그대로 묶여있다.

존재 자체가 규제인 공정위로서는 '규제 정국'에서 방향타를 잡기가 어렵다.

아니나 다를까, 필수적인 입법활동부터 제동이 걸리고 있다.

규제를 하나 만들면 하나를 줄이는 '원 인 원 아웃'은 공정위와 같은 규제당국으로선 가장 큰 올가미다.

공정위가 관여된 모든 법 개정이 보기에 따라 규제가 될 수 있다. 그 때마다 기존 규제를 없애야 한다.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정부 2년차를 맞는 공정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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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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