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장에서 뛰어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도꼭지로 몰려가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아이들, 이제는 중년층의 기억 속에서나 아련하게 남아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요즘은 갈증이 난다고 무작정 수도꼭지를 찾지 않는다. 음료수나 먹는샘물 페트병을 손에 들고다닌다.
수돗물의 수질 자체만을 보자면 날이 갈수록 강화되는 검사항목과 엄격한 관리시스템 덕택에 1970~80년대 수돗물보다 더 위생적이고 안전한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이 그때 그 시절에 비해 오히려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과거 몇 차례 발생한 수돗물 수원지에서의 오염사고에 관한 기억, 낡은 옥내배관으로 인해 혹시 녹물이 섞이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 이상고온현상으로 반복되는 여름철 녹조와 수돗물 간의 연상 등 수돗물의 안전성을 믿지 않으려는 선입관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돗물 공급을 책임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수돗물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하고 수돗물 공급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노후 수도관을 지속적으로 교체하고 있으며, 고도정수처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시설 개선에 주력한다. 또한 위생안전인증 등 수돗물 공급과 관련한 모든 기자재에 철저한 검인증제도를 시행한다.
수돗물 관련 시설과 제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해서 수돗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 마음에 있는 오랜 불안감을 변화시키기 위해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환경부가 추진하는 '수돗물 사랑마을' 프로그램은 그런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6월부터 시민단체와 함께 전국 10개 아파트단지를 선정해 시범운영을 실시한 '수돗물 사랑마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시민들이 직접 수돗물의 안전성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서 소비자 인식 변화를 위한 정부와 시민단체의 구체적인 노력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와 상징성이 크다.
시민단체들이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무료로 수질검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주민들이 수돗물의 안전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친환경적 살림과 올바른 식수 음용을 알리고 아파트 안내방송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수돗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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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시범지역에서는 소비자의 수돗물 음용률이 9%에서 최고 17%까지 높아졌다. 좀처럼 변화하지 않던 수돗물에 대한 인식이 객관적 정보 제공과 자발적인 체험 기회와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단기간에 달라진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단기행사로 그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 국민이 공공서비스 품질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소비자의 인식과 행동변화는 시설투자나 제도의 개선 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공급자의 노력과 소비자의 평가가 같은 눈높이에서 신뢰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소통이 지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