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중복통계 판정기준 강화ㄴ한다면서 기존 30%→50% 상향 조정
페이-고(pay-go)제도를 도입하는 정부가 등 강력한 예산 절감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각 부처의 통계예산은 무풍지대다. 매년 예산이 늘어나 900억원에 이르는데도 유사·중복통계 통폐합 기준은 오히려 완화됐다. '역주행' 지적이 나온다.
1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통계청은 최근 '중앙행정기관 2015년도 통계예산(통계청 제외) 검토계획'을 작성했다. 이는 통계청 외 부처에서 집행하는 통계작업에 대한 예산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예산이 신청되는 통계에 대해 각 통계 내 항목 중 기본항목을 제외한 항목의 50% 이상이 같은 경우 유사 중복 통계로 보고 통폐합 검토 대상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청소년 대책을 다룬 통계를 예로 들면 항목 중 '학교폭력'이나 '음란물' 등 유사 항목이 절반 이상이면 두 통계를 같은 통계로 보고 하나를 없앤다는 것이다. 통계 내 나머지 항목은 존속되는 통계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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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동일 항목이 10% 이상~30% 미만일 경우 해당 항목을 삭제 또는 변경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30% 이상~50% 미만일 경우 핵심항목을 제외한 유사 조사항목 삭제 또는 변경이 권고된다. 50% 이상~70% 미만은 예산요구를 불승인하거나 조사항목을 재설계할 것을 권고한다. 만약 70% 이상이 중복될 경우에는 무조건 예산이 불승인된다.
엄격해 보이는 기준이지만 뜯어보면 사정이 다르다. 정부는 지난 2008년 2월부터 '유사중복통계 판정기준'을 통해 기본항목을 제외한 항목의 30% 이상이 같은 경우 유사중복통계로 간주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이 기준을 50%로 상향 조정했다. 종전엔 30%만 같아도 유사중복통계였지만 이제는 50% 이상 같아야 중복통계다. 기준이 오히려 완화된 것이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기준을 올리는 대신 집행을 더 엄격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종전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 보니 대부분의 통계가 유사중복 통계에 해당했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각각 통계예산을 쓰는 부처들의 반발이 심해 제대로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예전 기준은 사문화된 경우가 있었는데 기준을 50%로 현실화하면서 더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며 "유사중복통계에 해당할 경우 과감하게 한 통계는 죽이고 통계 내 필수 항목만 다른 통계로 옮겨 살리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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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산이 걸려 있는 고질적 병폐가 통계청의 의지 만으로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 부처 관계자는 "부처 간 통계가 중복된다면 어떤 부처의 통계를 없앨지 논의하다가 한 해가 다 갈 것"이라고 말했다.
각 부처의 통계예산은 매년 700억원 이상이 지출되다가 올해 885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내년 예산은 900억원을 넘어설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기재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페이-고(예산 확보 방안 강구 후 신사업 개시)' 원칙을 도입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시점에서 통계청의 판단에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는 2009년부터 각 부처를 포괄하는 정부 전체 통계예산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이달 13일까지 통계청이 통계청을 제외한 각 부처의 통계예산 요구현황을 접수하면 통계청이 8월 초 기재부에 1차 검토결과를 제출하고 총액규모를 협의한다. 8월 말 2차 추가검토 결과가 기재부에 제출되고 각 부처에도 통보될 예정이다.
지난해 각 부처의 통계예산 요구액은 907억4600만원으로 이 중 22억6500만원 감액된 884억8100만원이 올해 통계예산으로 최종 반영됐다. 2013년 예산은 759억원, 2012년엔 786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