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량도 배급하던 중국이 30여년이란 짧은 기간에 세계 경제 2위로 우뚝 선 원동력은 뭘까. 대부분 1970년대 말 덩샤오핑의 남순강화에서 시작된 시장경제 개혁을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덩샤오핑 본인은 경제발전의 원천은 교육경쟁력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왜냐하면 그가 첫 번째로 착수한 개혁은 경제가 아니라 '대학입시 부활'이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문혁 영향으로 대학진학은 입시경쟁이 아니라 부모가 공산당인지 반혁명인지 하는 성분에 따라 결정됐다. 따라서 똑똑한 학생이 진학하지 못한 결과 교육수준이 떨어지고 경제도 뒷걸음질쳤다는 게 덩샤오핑의 판단이었다.
덩샤오핑이 1977년 발표한 공개경쟁 대학입시제는 문혁 10년간 억눌렸던 중국민의 교육열에 불을 댕긴 기폭제가 됐다. 공산당원과 비당원, 빈부, 도시·농촌을 불문하고 모두 자식교육 경쟁이었다. 이를 잘 표현한 영화가 있다. 4년 전 중국에서 상영된 '고고(高考), 1977'이란 영화로 문혁 당시 대학입시제의 변화와 당시 중국민의 교육열을 묘사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중국의 옛말에도 '망자성룡'(望子成龍)이란 게 있다. 자식이 열심히 공부해서 출세하길 바라는 마음을 빗댄 말로 그만큼 백성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았단 얘기다. 중국은 부자뿐 아니라 가난한 집도 자식공부를 위해서라면 뭐든 희생할 준비가 돼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중국인의 저축률은 왜 높은가'에 대한 설문조사는 간접적으로 중국인의 높은 교육열을 보여준다. 중국인의 저축률은 무려 30%로 선진국의 5~6배다. 왜 이렇게 높을까. 상식적으론 의료부족 등 노후불안 때문이란 대답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자식교육비 준비 때문이란 대답이 더 많았다. 이처럼 교육에 열성적이어서일까. 중국은 이미 세계적 교육 강국임을 과시한다. 15세 이상 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 과학, 읽기 등 거의 전 분야 톱을 달린다.
대학입시 땐 진풍경도 벌어진다. 전국에서 올라온 입시생을 돌보느라 가족들이 대학 내에 텐트까지 칠 정도다. 아무튼 그동안 1.9억명이 자신의 운명을 좌우한 이 시험에 참가했고, 중국은 이를 통해 인재를 선발해서 초유의 경제성장을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경제발전의 원동력 역할을 해온 교육열과 대학입시제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첫째, 우리도 그렇지만 지나친 성적만능주의로 창의력보단 암기 위주 학업부담이 과다하고 전인적인 소양교육이 극히 부족하다. 1가구1자녀 외동아들과 딸을 애지중지한 결과까지 겹쳐서 이기적인 젊은이가 많아지고 사회 도덕수준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치른 광둥성 가오카오(高考)에서 조직적인 대리시험이 발견된 것도 사례 중 하나다.
둘째, 중국은 원칙적으로 공교육 중심이다. 그러나 대학입시가 과열되면서 대도시 중심으로 소위 '교육마마'의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교육마마의 꿈은 오로지 자기 자식이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것. 중·고교 수업이 끝날 땐 학교 앞에 부모, 할아버지, 할머니와 자가용, 자전거로 난리라고 한다. 물론 집이 아니라 사설학원에 가기 위해서다. 중국 사교육 시장은 매년 20%씩 성장하고 이미 지난해엔 그 규모가 1.1조위안(180조원)으로 급성장했다. 게다가 소유제만 공교육이지 수업료는 별개여서 매년 오른다. 중국도 돈 없으면 공부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셋째, 지나친 정원초과도 문제다. 비싼 보궐을 받아 교직원 복리후생에 쓰다보니 교육의 질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또 정원도 2배까지 늘어나니 졸업 후 취업도 문제다. 지난해 상하이지역 대학졸업자의 취업률은 44%로 사상 최악이었다. 졸업 후 취직 못하고 늙은 부모에게 기대 사는 '방라오주'(傍老族)나 대학 주변의 '이주'(蟻族·개미족)도 사회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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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쟁력은 세계 엘리트를 끌어들이는 우수한 교육시스템에 있다고 한다. 미국을 뛰어넘으려는 중국도 지난해 삼중전회에서 2020년까지 대학입시 개편 등 교육개혁을 예고했다. 성적 외에 다원화된 입학기준, 복수의 시험찬스, 대학 자율의 학생모집 등이 주 내용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