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보조금-부담금 절반 완화" 중재안… 기재·산업부 "주먹구구식" 반대 '평행선'

저탄소차협력금제도가 새로운 '암초'를 만났다. 이번에는 탄소배출량 측정의 신뢰도가 도마에 올랐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물리고 반대로 적은 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당초 내년 1월 시행하기로 했으나 예상보다 탄소배출량 저감 효과가 적고 국내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제도 도입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는 지난 7일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도입에 대한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환경부는 이 자리에서 보조금 상한선을 50만원(전기·하이브리드차 제외), 부담금 상한선을 200만원으로 각각 낮추는 내용의 중재안을 기재부와 산업부에 제시했다. 올 6월 발표한 저탄소차협력금제도 가이드라인에서 보조금 상한선을 100만원, 부담금 상한선을 400만원으로 설정했던 것보다 완화한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보조금-부담금 구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되 당초 계획대로 내년 1월 제도를 시행하자는 중재안을 마련했다"며 "일단 시범적으로도 제도를 시행하고 경과를 보며 보조금-부담금 구간을 조정해 나가자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재부와 산업부는 환경부의 중재안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3개 부처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기재부)·산업연구원(산업부)·환경정책평가연구원(환경부)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용역에서도 제도의 실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는데 주먹구구식 구간 조정으로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겠냐는 이유에서다. 현재 기재부와 산업부는 면밀한 검증을 위해 적어도 내년 7월 이후로 제도 시행을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실무협의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새로 등장했다. 바로 차들의 탄소배출량 측정 문제다. 환경부는 중재안에서 제도의 주무부처가 환경부인 만큼 탄소배출량 측정 등 제도의 운영·관리를 환경부에서 맞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재부와 산업부는 최근 벌어진 '자동차 연비 논란'을 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자동차 연비 논란은 국토교통부와 산업부가 현대차 싼타페,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의 연비 측정 결과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으며 촉발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두 부처는 공동으로 재검증을 실시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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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처 간의 이견에 실질적인 피해는 소비자들이 떠안고 있다. 연비는 소비자들이 차량을 구매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요소지만 제작사의 공인 연비도, 각기 다른 정부기관의 기준 역시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은 현재 '진짜' 연비를 가리기위한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 역시 같은 덫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와 산업부의 주장이다. 실제 차종별 탄소배출량 측정은 운전자의 운전 형태 등 여러 요소에 따라 결과가 큰 차이가 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공인검증기관을 지정해 배출량을 측정하더라도 다른 검증기관에서 측정한 값은 또 달라질 수 가 있다"며 "측정기준을 일일이 규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지금은 탄소배출량 측정값에 대해 큰 이견을 제시하지 않지만 저탄소차협력금제도가 시행되면 상황이 다르다"며 "집단소송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와 산업부, 환경부는 추가 실무협의를 통해 이번 달 중으로 제도 시행여부를 포함해 보조금-부담금 구간조정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달 중으로 실무협의를 마치고 장관급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시행계획 등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산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