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만에…" 가동 앞둔 방폐장, 1640년 버틴다

"29년만에…" 가동 앞둔 방폐장, 1640년 버틴다

경주(경북)=유영호 기자
2014.12.14 15:59

[르포]부지 9번 옮긴 끝 운영승인… 방폐물 10만드럼 보관 "안전 최우선 가동"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위치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내부전경./사진=유영호기자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위치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내부전경./사진=유영호기자

지난 12일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호국룡 설화'의 주인공인 신라 문무왕의 수중릉을 끼고 해안도로를 따라 언덕을 돌아가자 산비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국내 첫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인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하 경주 방폐장)이다.

차를 타고 처분시설 입구로 이동하자 지하로 뚫린 시커먼 동굴이 나타났다. 폭 7.2m, 높이 6.2m의 크기가 위압적이었다. 방사성폐기물이 보관될 지하 '사일로'(방폐물 보관창고)로 들어가는 통로였다.

동굴은 경사각을 약 10도로 설정, 100m 진행 때마다 깊이가 10m 깊어지는 방식으로 건설됐다. 다소 더딘 진입속도에 이유를 묻자 현장 안내를 맡은 김두행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차장은 "경사각을 더 높이면 이동거리를 단축할 수 있지만 방폐물 운반시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방폐물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가장 경제적 경사각이 약 10도"라고 설명했다.

15여분에 걸쳐 총연장이 4㎞에 달하는 동굴을 내려가자 6개의 사일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수면 아래 80m에 위치한 사일로는 높이 50m, 넓이 25m로 두께 60㎝의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마치 원자력발전소의 돔 구조물을 연상시켰다. 진도 6.5의 강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다.

김 팀장은 "사일로를 원자로가 위치한 원전 돔 구조물과 거의 흡사한 규격으로 건설했다"며 "다른 나라 방폐장 관계자들이 사일로 규격을 이렇게 크게 할 필요가 있냐고 되물을 정도로 안전성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최근 안전검사를 진행한 결과, 사일로의 콘크리트 수명은 1640년으로 평가됐다. 지난 10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경주 방폐장이 방사능 함유량이 가장 많은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해도 될 만큼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위치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인수저장시설 전경./사진=유영호기자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위치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인수저장시설 전경./사진=유영호기자

처분시설에서 나와 지상지원 건물내 방폐물 인수저장시설로 이동했다. 각 원전에서 옮겨진 방사성폐기물은 이곳에서 전수검사와 표면 방사능 검사, X선 검사, 압축검사 등을 통과해야만 처분시설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 이상이 발견된 드럼은 '반입 불합격' 판정을 받아 해당 원전으로 다시 돌려보내진다. 실제 월성 원전에서 반입된 방폐물 1000드럼 가운데 464드럼이 인수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반출 처리된 바 있다.

현재 인수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방폐물은 울진 원전에서 반입한 방폐물 1000드럼과 월성 원전에서 반입한 방폐물 536드럼, 서울 노원구에서 발생한 폐아스콘으로 1115드럼 등 총 2651드럼이다.

이정화 원자력환경공단 차장은 "인수저장시설 외부에는 10대의 환경 방사선 감시기가 설치돼 누구나 직접 눈으로 현재의 방사선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며 "모든 시설이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 방폐장은 이르면 내년 3월께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1일 경주 방폐장의 운영허가·승인안을 의결했다. 사업 착수 시점을 기준으로 무려 29년만이다. 정부는 1986년부터 울진, 영덕, 안면도, 굴업도 등에 방폐장을 지으려 시도했지만 주민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다가 2005년 11월에야 부지 선정에 성공했다.

경주 방폐장은 국내 최초의 방사성폐기물 '영구' 처분시설이다. 총면적 214만139㎡의 부지에 총 80만드럼 중 1단계 사업으로 10만드럼 규모의 처분시설의 건설이 지난 6월 완료됐다. 아시아 최초의 동굴처분 방식이 적영됐다. 공사비만 1조5000억원이 투입됐다.

내년 3월께 운영에 들어가면 사일로에는 각각 약 1만6500드럼 규모의 방폐물이 300년간 보관된다. 드럼에 담긴 방사성폐기물은 원전 정비과정에 사용된 덧신이나 장갑, 작업복, 부품, 필터는 물론 연구실 주사기 등 모두 중·저준위다.

일반적으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아무리 길어도 300년이 지나면 더 이상 방사성물질을 방출하지 않는다. 방폐물이 반입이 완료돼 사일로가 가득차면 상부를 쇄석(자갈)으로 채운 뒤 입구를 외벽과 같은 두께의 콘크리트로 영구적으로 봉인한다.

경주 방폐장이 본격 운영되면 경주시 재정 지원도 본격화된다. 경주 반폐장의 반입 수수료는 1드럼당 63만7500원. 10만드럼이 모두 반입되면 총 가용수수료는 6375억원에 달한다. 이 중 4781억2500만원은 경주시에 직접 지원되고, 나머지는 원자력환경공단이 인근 주민 지원사업에 사용된다. 이와는 별도로 특별지원금 3000억원도 이미 지원됐다.

이종인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방폐장 건설에 만전을 기했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방폐장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