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번에 (건강보험료가) 정산되면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으니 몇 달에 걸쳐 나눠서 내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최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자들에게 건넨 이 말의 여파는 상당히 컸다.
문 장관의 발언에서는 나름의 고충이 느껴졌다. 3월 연말정산에 이어 4월 건보료 정산으로 두 달 연속 월급봉투가 급격히 줄어들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하는 차원에서 건넨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전해들은 국민들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얼마나 더 걷으려고 벌써부터 분납을 거론하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달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국회에서 연말정산시 추가 납부액이 10만원이 넘으면 3개월에 걸쳐 나눠낼 수 있도록 ‘힘(?)’을 써줬다. 국민들이 올해부터 분납효과를 체감토록 기업들이 정산시점을 2월에서 3월로 늦춰 달라는 국세청의 친절한 세정 서비스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부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당장 납부액이 줄어드는 기쁨보다 매년 돌려받던 세금을 오히려 내야한다는 부담감 속에 건보료 인상 소식을 접하자 불만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소득세는 당초 재작년 세법개정으로 고소득층 위주로 부담이 오르도록 설계가 됐다. 세율을 올리지 않고 ‘비과세 감면’을 정비해 세수를 늘리겠다면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꿨고 공제항목도 줄였다.
당시 세법개정 방향은 누구나 옳다고 했다.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다수의 전문가들도 인정했다. 다만 정부는 '연소득 5500만원 이하 세부담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게 연말정산 논란의 진원지다.
건보료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증세없는 복지'를 위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건보료 부담을 늘리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준비했다. 그런데 발표를 하루 앞두고 문 장관이 "개선안을 올해 만들지 않겠다"고 한 뒤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최근 세금, 건보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은 무엇보다 정부가 약속을 못지킨게 발단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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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 내든 한꺼번에 내든 국민들 지갑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같다. 정부와 국회가 조삼모사(朝三暮四) 같은 분납 아이디어보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법 개정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