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해 8월 이전 사건에 대해서도 개정된 '과징금 고시' 적용...적자기업 감경 폐지

정부가 적자기업 과징금 감경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법 시행 이전 사건에 대해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 흑자를 기록했다는 이유로 적자를 낸 대기업보다 과징금을 과도하게 내는 등 형평성 논란이 일었는데 이 문제가 사라질지 주목된다.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8월 시행된 '과징금 고시' 개정안을 법 시행 이전 사건들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과징금 산정 단계에서 투명성과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과징금 조정 단계에서 감경 사유와 감경률을 대폭 축소하는 등 과징금 고시를 개정, 8월2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개정된 과징금 고시 주요 내용은 △당기순이익 적자 감경 폐지 △시장·경제 여건만을 이유로 한 감경 폐지 △감경률의 상한 축소(위반행위 단순 가담자 30%→20%) 등이다. 담함 등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기업이 단순한 자금 사정 곤란을 이유로 과징금을 감경받을 수 없게 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행 시기 이후 사건이 대상이 되다보니 이전 사건에 대해선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소급 적용 여부를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7일 가스 주배관 담합과 관련해 19개 건설업체에 총 1746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는데, 적자 여부 등 기업의 재무상태와 영업실적에 따라 과징금 경감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면서 흑자 기업만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 사건은 2009~2012년까지 진행돼 개정된 고시를 적용받지 않았다.
중견기업인 한양의 경우 현대건설(363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이 회사는 자본금 290억원에 자본총계 3249억원의 건설사다. 지난해 매출액 1조1320억원, 영업이익 299억원, 당기순이익 1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연간 순이익의 3배가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셈이다. 또 지방 중소 건설기업인 삼보종합건설은 자본금(38억원)의 1.8배, 지난해 순이익(14억원)의 5배에 달하는 6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반면 쌍용건설은 지난해 기업개선작업이 진행중이었다는 이유로 아예 과징금 부과대상에서 제외됐다. GS건설의 지난해 매출액은 9조4875억원으로 삼보종합건설(497억원)보다 190배 이상 많았지만 해외공사 손실 등으로 적자를 기록해 고작 61억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무상태에 따라 회사 사정을 봐주는 것도 좋지만, 똑같은 잘못을 저지른 기업들 사이에서 과징금이 현격하게 차이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적자가 난 기업은 담합을 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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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관련 공정위는 형평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 8월21일 이후 사건 뿐만 아니라, 그 이전(사건 종료일 기준) 사건에 대해서도 과징금 감경률 축소 등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따라 올 하반기에 나올 대형 입찰담합 사건 등에선 과징금 감경이 사라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2010년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대형 관급 공사에서 건설사들이 입찰 담합한 사건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입찰 담합 공소시효가 5년이기 때문에 당시 추진한 사업들에 대한 입찰 담합 등 건설사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결과가 올 하반기 나올 예정인데, 재무상태와 상관없이 법 집행과 과징금 부과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부과하는 과징금은 산정기준을 토대로 잡은 기초금액에서 여러 조정 사유를 고려해 적정한 수준에서 결정한다"며 "과징금 고시가 개정됐기 때문에, 앞으로 재무상태가 안좋다고 해서 과징금이 대폭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