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은 자연재해 아닌 인재(人災).. "지열발전소가 촉발"

포항 지진은 자연재해 아닌 인재(人災).. "지열발전소가 촉발"

세종=유영호 기자, 권혜민 기자, 류준영 기자
2019.03.20 16:50

정부 "지열발전소 영구폐쇄·사업과정 엄중 조사"… 연관성 입증에 피해보상책임 논란 커질 듯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주민들이 포항지진정부공동조사단의 발표가 나자 집밖으로 나와 안도의 한숨의 내쉬고 있다. 대성아파트는 2017년 11월 15일 지진 때 건축물안전진단에서 위험판정을 받고 철거를 기다리고 있다.2019.3.20/사진=뉴스1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주민들이 포항지진정부공동조사단의 발표가 나자 집밖으로 나와 안도의 한숨의 내쉬고 있다. 대성아파트는 2017년 11월 15일 지진 때 건축물안전진단에서 위험판정을 받고 철거를 기다리고 있다.2019.3.20/사진=뉴스1

한국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 두 번째로 강력했던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주입한 유체(물)가 ‘촉발(triggered)’한 것으로 결론났다. 정부는 포항지열발전소를 영구 폐쇄하고 부지 선정·물 주입사업과정이 적정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피해지역 정비·복구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5년간 2257억원을 투입하는 포항 흥해 특별재생사업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서울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열발전을 위해 굴착한 지열정에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 지진 본진을 촉발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포항 지열발전소 인근 지열정을 굴착하는 과정에서 지반이 연약해졌는데 지열정 2곳(PX1, PX2)에 고압의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에서 압력(공극압)이 포항지진 단층면 남서 방향으로 깊어지는 심도의 작은 지진(미소지진)을 순차적으로 촉발했다. 그 영향이 포항 지진 본진으로 도달해 쌓이다가 지반이 파괴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힘(임계응력)을 넘어서자 포항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 조사연구단의 결론이다.

2년 전 포항 지진이 일어난 직후 과학계에서는 진앙이 지열발전소와 멀지 멀지 않다는 점에서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는데 조사 결과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연구단장을 맡은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대한지질학회장)는 “‘유발(Induced) 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내에서, ‘촉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너머를 뜻해 그런 의미에서 ‘촉발지진’이라는 용어를 썼다”며 “(포항 지진은) 자연지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조사 결과 발표 직후 포항 지열발전소 영구 폐쇄 등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포항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 영구 중단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식으로 부지 원상 복구 △사업 진행 과정 및 부지 선정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한 조사 △2023년까지 총 2257억원을 투입하는 포항 흥해 특별재생사업 신속 추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연구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치에 대해 관계부처 및 포항시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소간 연관성이 입증되면서 정부의 피해보상 책임에 대한 논란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포항시민 1300여명은 정부와 지열발전소 주관기업 넥스지오를 대상으로 손해보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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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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