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랜딩]주요 기관 대부분 올해 한국경제 개선 전망하지만

2020년 경자년 새해 사람들의 관심사는 저마다 다양하겠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는 바로 한국경제가 나아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며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특히 한국경제에 대해서 올해 수출과 설비 투자를 플러스로 반등시켜 성장률의 상승으로 연결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정부가 내놓은 전망대로 2.0%를 가까스로 달성한다고 해도 이전 연도인 2018년의 2.7%와 비교하면 너무 크게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경제성장률 제고는 정부의 가장 최우선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IMF와 OECD와 같은 글로벌 경제기관들은 2020년 세계경제, 특히 신흥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개선되면서 한국경제도 덩달아 경제성장률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IMF는 지난해 한국경제는 2.0% 성장에 이어 올해 2.2%로 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OECD는 지난해 2.0%, 올해 2.3%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에서도 가장 권위있는 경제전망 기관으로 평가되는 한국은행도 작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2.0%, 올해 2.3%로 전망해 OECD와 동일한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고,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2.0%. 올해 2.4%로 가장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다.
이들 기관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지난해 심한 부침을 겪었던 세계경제가 올해에는 완만한 회복세로 들어설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수출 중심의 신흥국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과도한 성장률 하향조정으로 올해는 경제성장률이 완만한 개선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올해 대외 경제환경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겠지만 각 국가들이 불황에 대비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면서 노출된 리스크에 대한 일종의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역시 올해 성장률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는 요소다.
이렇게 해마다 경제전망 보고서가 발표되면 유력한 기관들의 경우 대체로 컨센서스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올해 유독 이러한 전반적인 흐름과 상반된 경제전망을 내놓은 기관이 있는데 바로 LG경제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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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은 통상 1년에 총 4차례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가장 최근인 지난해 9월 말에 발표된 ‘2020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2.0%로 내다보고, 올해는 그보다 하락한 1.8%로 전망했다. 즉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은 작년보다 낮아질 것이며 이는 곧 올해 경제가 작년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은 왜 다른 기관들과는 달리 올해 한국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했을까?
먼저 LG경제연구원은 미중간의 극적인 갈등 해소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보호무역주의 조치 등이 확산되면서 세계교역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세계경제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상이 확산되면서 당장 수익창출이 어려운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고 투자와 수출 부진이 소비로까지 전이되면서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성장세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세계경제가 지난해 3.1%에서 2.9%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하향추세로 수출의존도가 높고 다른 제조국가들에 중간재와 자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온 한국경제의 부진세 역시 지속될 것이라는 게 LG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즉 올해에도 세계교역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제조업 중심의 수출의 부진은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LG경제연구원은 올해부터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연령층)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전반적인 소비활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0년 생산가능인구는 전년 대비 23만여명 감소하고, 이는 바꾸어 말하면 65세 이상 인구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또한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조치가 이어지면서 주택경기 하향에 따른 투자위축으로 건설투자도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출 부진이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 내수의 한 축을 이루는 건설투자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게 되면 경제성장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이러한 저성장 기조와 더불어 수요 부진으로 말미암은 저물가 현상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될 것이고 이로 인해 우리 경제는 지난해 2.0%보다 낮은 1.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LG경제연구원의 전망이다.
솔직히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얼마나 될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전망은 전망일 뿐 숫자 맞추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전망은 IMF나 한국은행의 긍정적인 전망이 맞을 수도 있고, 반대로 LG 경제연구원의 비관적인 전망이 맞을 수도 있다.
그보다 더 유념해야 할 것은 왜 올해 한국경제가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인지 아니면 나빠질 것인지 등의 배경과 원인들이다. 막연하게 경제가 어렵다, 한국경제가 나쁘다는 주장들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악화시키고 그 자체가 경기를 더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반대로 습관적으로 혹은 관성적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 역시 삼가야 한다.
LG경제연구원은 다른 전망기관들과는 달리 올해 한국경제가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1월 중에 새로운 전망보고서가 나올 예정인데 지난해 발표한 전망치를 상향조정할 만한 뚜렷한 요인들이 없는 상황이므로 포지션에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한국경제는 예상을 크게 벗어난 급락을 경험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성장률이 소폭 반등하고 한국경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 관료들은 대세를 벗어난 소수의 비관적인 전망일지라도 마치 돌다리를 두들겨가며 건너는 심정으로 LG경제연구원의 분석과 조언을 곱씹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