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한국 수출이 15개월 만에 증가세 전환에 성공하며 길었던 '부진의 늪'을 탈출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샴페인을 터뜨릴 수 없다.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는 등 수출 전반에 '코로나19'(COVID-19) 여파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3월부턴 코로나19 영향이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2월 수출은 412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371억5000만달러로 1.4% 늘었다. 이에 따른 무역수지는 41억2000만달러로 9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한 것은 15개월 만에 처음이다. 수출은 2018년 12월 감소세를 시작한 뒤 올 1월까지 14개월 연속 줄었다.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수출이 줄어든 이후 최장기간 감소세였다.
산업부는 "반도체 업황부진, 국제유가 하락 등 경기적 요인과 미중 분쟁 및 코로나19 영향이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부진 시기를 조기에 극복했다"고 자평했다. 2008~2009년, 2015~2016년 과거 수출 감소 시기와 비교해 감소폭과 일평균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이었다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2월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9.4%) △일반기계(10.6%) △무선통신기기(8.0%) △차부품(10.0%) 등 20개 주요 품목 중 14개의 수출이 늘었다. 특히 최대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와 D램 단가 상승에 힘입어 15개월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게 긍정적이다.
지역별로는 △미국(9.9%) △아세안(ASEAN)(7.5%) △인도(14.7%) △독립국가연합(CIS)(12.2%) △중남미(11.3%)등 9개 주요 지역 중 5곳으로의 수출이 증가했다.

2월 수출이 반등하긴 했으나 이를 기조적인 수출 개선 흐름으로 읽기는 어렵다.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은 18억3000만달러로 전년대비 11.7% 감소했기 때문이다. 1월 일평균 수출은 4.6% 증가하며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는데, 한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2월초였던 설 연휴가 올해는 1월말에 자리했다. 따라서 올해 2월 수출 실적을 평가하려면 늘어난 조업일수 영향을 빼고 일평균 수출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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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월말 국내 상륙을 시작한 코로나19 여파가 일평균 수출 감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산은 전체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중국으로의 수출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국내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며 수출 전반의 불확실성을 높였다.
지난달 대(對)중 수출은 전년대비 6.6% 감소했다. 일평균 수출은 21.1% 더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로 중국정부가 춘절(중국 설) 연휴를 연장하면서 공장 조업제한이 늘어나고 가동률이 떨어진 점이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대중 수출의 92.4%를 차지하는 23개 성·시가 춘절 연휴를 1주일 연장했는데, 이는 실질 조업일을 5일 줄이는 효과를 냈다.
중국산 부품 수급 곤란으로 생산 차질을 빚은 일부 품목의 전세계 수출도 어려움을 겪었다. 와이어링 하니스 등 주요 부품 부족으로 셧다운(가동중단) 사태를 경험한 자동차 수출은 16.6% 줄었다. 중국 모듈 공장 생산 차질을 겪은 디스플레이 수출도 21.8% 감소했다. 중국 내 원유 수요 감소로 유가가 하락하면서 주요 수출품인 석유제품(-0.9%), 석유화학(-9.7%) 수출도 영향을 받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당장 3월 수출이 플러스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다면 신규 수출계약이 이뤄지는 3월엔 충격파가 2월보다 커질 수 있어서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전세계 교역 부진과 중국발 수요 둔화 가능성도 우려된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출 쇼크'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코로나19 기업애로 해소 및 수출지원대책'을 발표하고 대책을 이행 중이다. 무역금융을 역대 최대 260조원 규모로 공급하고 온라인 화상 상담회 등을 통해 수출기회를 늘리는 게 핵심 내용이다.
다음주 국회에 제출하기로 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도 △무역금융 확대 △취소 전시회 피해 지원 △온라인 마케팅·화상상담회 확대 △분쟁조정지원 △피해기업 확인서 발급 등의 조치를 반영할 계획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일본 수출규제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것과 같이 코로나19도 민관이 힘을 합치면 슬기롭게 해결해 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로나19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이번에 반등한 수출 모멘텀을 유지하는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