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돈맥 막히는데 "대출보다 쎈 지원을…"

해운업 돈맥 막히는데 "대출보다 쎈 지원을…"

세종=김훈남 기자
2020.04.05 14:30

[MT리포트-코로나 뉴딜로 기간산업 살려야]

해양수산부는 지난 2월 청와대에서 진행한 업무보고에서 해운재건 성과 창출을 전면에 내세웠다. 해운재건 계획의 '핵심'인 HMM(옛 현대상선)은 연내 흑자전환을 예고했다. 글로벌 해운동맹 개시와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 등 재료도 충분했다.

변수는 '코로나19'다. 글로벌경제가 흔들렸고 제조업 공장은 문을 닫았다. 펜데믹(대유행)과 함께 물동량 감소가 시작됐다. 해운업계는 이미 돈맥이 막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900억 긴급경영자금에 몰린 해운사, 3곳 중 2곳 "유동성 지원 시급"

5일 해수부에 따르면 외항해운선사 긴급경영자금 대출 첫날인 3일 해운사 8곳이 320억원 대출을 신청했다. 신청액 기준으로 하루 만에 준비한 900억원의 3분의 1 이상을 신청한 것. 해운업계 유동성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업계 모두 코로나19에 대한 1번 대책으로 유동성 지원을 꼽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해운사 144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 전체 67%가 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매출이 전년대비 27.4% 줄고 물동량 감소를 앞둔만큼 돈 흐름마저 마르면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이다.

물동량 감소 조짐도 속속 나타났다. 중국은 2월 누적 항만물동량이 전년대비 10.1% 감소했다. 주요 항로인 미국과 유럽도 펜데믹 선언 이후 방역 시스템에 구멍을 드러내며 봉쇄조치에 들어갔다.

해상운임은 충격이 나타난 지 오래다. 건화물(벌크) 지표인 BDI(발틱화물지수)는 2일 기준 624로 지난 연말 1090 대비 466p(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평균 BDI는 592로 지난해 평균 135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컨테이너선 지표인 상해발운임지수(SCFI)는 3월 마지막 주 기준 889.8로 지난해 평균을 10%가량 웃돈다. 물동량 유지보단 글로벌 해운동맹의 공급조절에 따른 결과다. 사태 장기화 시 글로벌 해운동맹과 대형선 투입으로 HMM의 재도약을 노리던 해운재건 계획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지원은 대출인데, 한도도 모자라…뒤늦은 총알보단 선제적 대포를

해수부의 유동성 지원은 한국해양진흥공사 자금을 통한 보증이다. 해양진흥공사가 900억원을 금융기관에 예치하면 지원대상이 대출을 받는 방식이다. 해양진흥공사가 예치금 이자를 포기하는 대신 금융기관은 금리를 낮춘다. 직접 보조보단 금융비용 지원이다. 공사자금을 기업에 직접 투자할 근거가 없는 탓이다.

그 결과 유동성이 급한 해운선사가 금융권 대출심사를 넘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실제로는 해양진흥공사의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지만 대출형식인 만큼 이자와 기업 신용도라는 문턱이 존재한다.

업종 특성상 해운사의 신용과 재무구조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면 일감이 끊긴다. 유동성 고갈이 겉으로 드러날 때는 직접적인 자금지원으로도 회생이 어려운 구조다.

앞서 진행한 여객선사 경영자금 대출이 2주간 2개사 40억원에 그친 것과 달리, 외항해운사 대출엔 첫날 320억원 수요가 몰린 것도 유동성 확보가 급한 탓이다. 코로나19 라는 비정상 상황에서 평상 시와 동일한 대출과정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원규모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해수부는 900억원대 경영자금 지원을 결정하며, 1사당 50억원으로 한도를 정했다. 대출규모는 차등 적용하지만 대상 기업이 163곳인 점을 감안하면 규모가 턱없이 적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정부는 비상경제회의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며 "최소한 해운선사의 선박금융에 대해선 원리금을 유예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유동성 대출 심사 역시 심사자의 면책범위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이 돌아가도록 해야한다"며 "경영자금 900억원 역시 대상이 비해 규모가 턱없이 적다"고 강조했다.

한 해양수산 업계 전문가는 "해운업계 특성상 부도 시 지원하는 방법은 이미 늦다"며 "민관 합동으로 단계별 시나리오에 따라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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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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