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사업 시작 후 5년째 착공하지 못하고 있는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2단계 공사가 1년 더 연기됐다.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차일피일 착공허가를 미루고 있어서다. 2단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착공이 늦어지며 3단계 시설 건설도 하염없이 늦춰지고 있는 모양새다.
2일 정부와 원자력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9일 '전원개발사업(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2단계 건설) 실시계획 변경' 고시를 내고 내년 12월까지 완공 예정이던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2단계 완공 시기를 2023년 12월로 1년 연장했다.
2단계 사업 총사업비는 2443억원으로 현재 부지매입과 설계용역 등에 사업비의 72%(약 1726억원)을 집행했다. 즉 착공만 남은 상태란 뜻이다.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2단계 건설사업은 12만5000드럼 규모의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지표면에서 약 15m(미터) 지하에 건설된다. 원자력발전소나 병원, 연구소 등에서 발생한 극저·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옷, 장갑 등)을 처리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지난 2015년 8월 1단계 시설 준공후 곧바로 2단계 처분시설 건설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2016년 경주와 2017년 포항에서 각각 규모 5.8, 5.4 수준의 강진이 발생한 후 내진설계 강화 등 안전성을 보강하라는 여론이 높아지며 완공 시점을 2020년 12월로 연기했다.
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당초 규모 6.5 지진까지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돼 있었는데 이를 규모 7.0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한번 연장된 사업은 지역주민과 탈핵단체들의 반대가 겹치며 원안위 착공허가를 받지 못했고, 완공시점을 2021년 12월과 2022년 12월로 두차례 더 연장했다. 2021년 11월 기준으로도 원안위의 착공허가는 나오지 않았고, 산업부는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완공시기를 뒤로 미뤘다.
산업부 관계자는 "규제기관인 원안위의 허가를 못받아 사업기간을 연장했다"며 "현재는 심의가 거의 막바지에 가 있는데 착공 이후 공사기간이 대략 20~21개월이 걸리는 것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진으로 방폐장의 안전성이 중요해짐에 따라 안전관리 심사가 강화됐다"며 "그간 규제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1~2건의 보완사항이 남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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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단계 사업이 미뤄지며 준위별 방폐물 처리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1단계 시설에서 극저준위 방폐물까지 보관하고 있다. 사업이 계속 지체될 경우 그마저도 부족할 수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약 22만드럼 규모 중·저준위 방폐물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9월말 기준 누적 중·저준위 방폐물은 15만1762드럼으로 2단계 사업 진행이 시급한 상황이다.
2단계 사업이 지체되며 3단계 사업도 미뤄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16만드럼 규모 방폐물 처리가 가능한 시설을 2026년까지 지을 계획이었으나 2단계 사업이 완료돼야 시작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원안위에는 (허가 안건이) 올라갈 것 같다"며 "원안위 전문위와 전체회의 등 두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사례를 보면 (상정된다고) 바로 허가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몇달 늦어지더라도 내년에는 공사가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