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주기론'이 깨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20대 대통령 당선으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 없이 출범한 점을 고려하면 정권교체 인수위가 출범하는 건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14년 만이다.
새로운 행정수반을 맞게 된 세종 관가에는 급진적 조직 개편에 대한 우려와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합리적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가 공존했다.
정부 중앙부처의 국장급(나급) 공무원 A씨는 10일 "조만간 인수위 보고가 시작될 텐데 그 내용을 현 정권의 장·차관에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걱정을 털어놨다. 인수위는 새 대통령 취임 전까지 약 두 달 간 각 부처 업무를 파악하고 향후 정부 조직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야당 당선인 측에게 보고할 내용에 대해 현 정부 장·차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인수위원들 가운데 다수가 새 정부에서 요직을 맡을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업무보고를 인수위 쪽 입맛에 맞춰야 하지만, 동시에 현 정부 국무위원들의 눈치까지 살펴야 하는 게 공무원들이 직면한 현실이다. 탄핵 사태로 달라진 대선 일정 때문에 과거처럼 인수위가 1년 업무가 거의 끝난 연말부터 연초에 걸쳐 가동되는 게 아니라 한창 일할 시기인 3∼4월에 운영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A씨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보면 제도개선을 필요로 하는 정책이 적지 않다보니 (현 정부와 차기 정부) 양쪽으로 신경 쓸 게 많다"고 토로했다.
5년 만에 급선회한 정책과 그에 따른 인사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였던 '탈원전' 정책이 대표적이다. 현 정부에서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으로 국·과장급 실무급 직원까지 법정에 섰던 터라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으로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 취임 후 같은 일이 반복될까 하는 걱정이다.
중앙부처에서 일하는 B씨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정치적인 표현만 다를 뿐 여당(집권당)이 바뀐다고 정책이 180도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정과 상식을 강조한 만큼 관가를 대할 때도 같은 기준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여성가족부 등 '조직개편' 도마에 오른 부처 직원들 역시 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급진적인 '수술'은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과장급 공무원 C씨는 "새 정부의 구상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 부처를 개편한다면 공직자들은 따르는 게 도리"라면서도 "정부 조직 개편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효율성과 정책추진 가능성 등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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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 불안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산업통상자원부의 과장급 D씨는 "지금처럼 산업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가 있었나 싶다"며 "당장은 인수위 업무보고 준비보다 공급망, 수출 제재 등 현안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중앙부처 공무원 E씨는 "문재인 정부 때 중앙부처에 대한 청와대의 간섭이 너무 심했다"며 "새 정부에선 각 부처가 전문성과 자율성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간섭을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공무원은 중앙부처 공무원 대부분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고 있음을 고려해 "'세종 인수위'를 운영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