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전면파업 중인 현대중공업에는 과거와 다른 점이 눈에 띈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직원들이 파업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파업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 회사와 싸우던 과거 조선소의 파업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MZ세대들에게 더이상 '평생직장' 같은 건 없다. 상황에 따라 여러 직장을 옮겨다닐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임금 조건이 좋다면 초단기직이나 임시직을 선택하기도 한다. 정규직에 목을 매기보다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근무조건 등을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를 계기로 '긱 이코노미'(임시직 경제)가 더 빠르게 노동시장에 파고들고 있다.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젊은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시간당 소득이 높고 유연한 근로시간을 보장받는 플랫폼 노동을 선택하기도 한다.
외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는 스스로 일터를 떠나는 자발적 퇴사자가 지난 2월 기준으로 약 440만명에 달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의 기업들은 직원을 뽑기 위해 '5년 근속 보너스 7000만원'이나 '임금삭감 없는 주4일제' 등의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라진 근로자들의 눈높이를 기업들이 맞추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에도 심각한 구인난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노동 패러다임 전환 속에 윤석열정부의 첫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이정식 전 한국노총 사무처장이 지명됐다. 이 후보자는 30여년간 노동계에 몸 담았던 노사관계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윤 당선인은 지난 14일 이 후보자에 대해 "노동현장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 바탕으로 합리적 노사관계 정립의 밑그림 그려낼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윤석열정부는 이날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선택적 근로시간제 추진, 중대재해법 재정비,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 등을 노동분야 과제로 제시했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외면하기 힘든 현안이지만 노사간 입장 차이가 첨예한 과제들이다. 정책 추진을 위해선 이해당사자인 노동계와의 활발한 소통이 불가피하다. 새 고용부 장관의 열린 행보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