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우범소년 딜레마(上)
'우범소년'이라는 이름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아이들이 너무 쉽게 (소년분류)심사원에 가는 것 같아요. 영장도 없이. 우범소년 통고로 심사원에 있는 아이를 만날 때도 왜?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국선보조인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가 언급한 우범소년은 말그대로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소년을 말한다. 일반적인 비행청소년과는 다르다. 우범소년은 1958년 소년법 제정 당시부터 존재했던 법률 용어다. 우범소년으로 낙인 찍히면 죄를 짓지 않아도 우범 사실만으로 재판에 넘겨지고 소년원까지 갈 수 있다.
우범소년 규정은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엄벌에 처하는 내용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와 유사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우범소년 규정을 주목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사실상 사문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재판에 넘겨지는 소년들이 급증하자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 소년범죄 '마이너리티 리포트' 손보는 정부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6일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우범소년에 대한 보호처분의 개선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우범소년에 대한 최소한 사법적 개입은 유지하되, 총 1~10호로 구성된 보호처분 중에서 5호(장기 보호관찰)부터 10호(소년원 송치처분)까지의 과도한 처분은 하지 않겠다는게 골자다. 보호처분은 숫자가 클수록 처분 수위가 높다.
우범소년 규정은 사회적 낙인 우려 등으로 인해 제도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현행 소년법은 소년부의 보호사건을 크게 3개로 분류한다. 죄를 범한 소년(범죄소년),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촉법소년), 그리고 우범소년이다. 범죄소년과 촉법소년은 법을 어겼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우범소년은 다르다.

우범소년은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성벽(性癖)이 있는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는 경우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환경에 접하는 성벽이 있는 경우로 정의한다. 우범소년의 대상연령은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이다. 2007년 소년법 개정으로 대상 연령이 만 12세 이상에서 만 10세 이상으로 하향조정됐다.
우범소년은 범죄소년, 촉법소년과 마찬가지로 통고 제도의 적용도 받는다. 우범소년으로 보이는 소년을 발견한 보호자나 학교장, 사회복리시설 기관장, 보호관찰소장은 해당 소년을 소년부에 통고할 수 있다. 가령 학교장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다니는 것으로 보이는 학생을 별도의 수사 절차 없이 재판에 넘길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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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범소년 접수 2010년 20건 → 2020년 1446건…엇갈리는 시선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우범소년 접수건수는 2020년 1446건을 기록했다. 10년 전이었던 2010년에는 연간 20건에 불과했던게 폭발적으로 늘었다. 소년법 개정으로 대상 연령이 확대된데다 정부 차원에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우범소년 규정을 적극 홍보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범소년 접수건수는 지난해에는 1202건으로 소폭 줄었다.
우범소년 접수건수가 크게 증가하자 인권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우범소년 규정 삭제를 포함한 소년사법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당시 "비행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보호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어 규범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통고제도와 결합해 오·남용될 수 있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아동양육시설의 기관장이 통고해 소년분류심사원과 소년보호시설, 소년원에 구금된 아동의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이 지속되자 이규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우범소년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의 소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앞선 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다.
우범소년 규정 폐지에 대한 반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권위의 '아동·청소년 인권보장을 위한 소년사법제도 개선 연구'에 나온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대상 14명의 판사 중 13명(92.9%)이 우범소년 규정에 '적절하다'고 답했다. 보호관찰관(85.4%)도 대체로 우범소년 규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우범소년에 대한 보호처분은 물론 비행예방과 사전교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소년사건의 경우 형사사건이 되지 않은 숨은 범죄가 많고 가출 등으로 비행성이 심화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조기에 개입해줘야 한다는 판단이다. 우범소년 규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법무부가 내놓은 해법이 제도를 유지하되, 과도한 처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도 우범소년의 보호처분 수위가 그렇게 높지 않고, 제도 자체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범소년의 경우 낙인효과가 크기 때문에 적응하지 못하고 범죄로 나아가는 악순환에 놓인다"며 "우범소년 규정은 없애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학폭 때문에?..10년새 70배 급증한 우범소년

법무부가 우범소년의 보호처분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비행 사실만으로 소년을 재판에 넘길 수 있는 우범소년 규정은 그동안 폐지 주장이 꾸준히 나왔던 제도다. 폐지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은 우범소년 접수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학교폭력 대응방안과도 연결돼 있다.
29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우범소년 접수건수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 연간 20건에 그쳤던 우범소년 접수건수는 2014년까지 연간 100여건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2018년 664건, 2019년 1114건까지 치솟았다. 2020년에는 1446건으로 정점을 찍었고 지난해에는 1202건으로 소폭 줄어든 상황이다.
우범소년 규정은 소년법에서 범죄소년, 촉법소년과 함께 분류하는 제도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집단적으로 몰려다니거나 가출하는 경우,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는 소년들을 우범소년이라고 한다. 특히 통고 제도와 맞물려 학교장이나 사회복리시설 기관장, 보호관찰소장이 우범소년을 재판에 바로 넘길 수 있다.
우범소년 통고제도는 특별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는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았다. 최근 우범소년 접수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학교폭력 대응방안이 본격화한 시점과 맞물린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대응방안의 일환으로 우범소년 규정을 적극 활용할 것을 일선 교육현장에 안내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2020년 1월 발표한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에서 소년법 적용사건 수준의 중대한 학교폭력에 대해 우범소년 송치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치는 경찰서장이 사건을 접수하는 것이다. 해당 기본계획에는 학교장이 법원에 사건을 접수하는 '통고'가 들어가 있지 않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선 학교장 통고를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학교 입장에선 학교폭력의 수위가 과거와 달리 높아졌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를 위해서 우범소년 제도를 활용한다. 하지만 학교 내에서 해결해야 할 학교폭력 문제를 자의적으로 재판에 넘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우범소년 규정은 정부 내에서 엇박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학교폭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7개월 후 보건복지부는 '제2차 아동정책기본계획'에서 우범소년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우범소년 규정에 대해선 "성인과 달리 아동은 죄를 범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소년원 등 구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아동의 권리 사각지대로 지목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지난해 우범소년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놓았다. 소년법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지난 26일 우범소년의 경우 과도한 보호처분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놨다. 법무부는 "최소한의 사법적 개입은 유지하되, 5호 장기 보호관찰부터 10호 소년원 송치처분까지의 과도한 보호처분은 폐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