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가출, 미혼모, 영아 살인…전문가도 '우범소년' 붙잡는 이유

두번의 가출, 미혼모, 영아 살인…전문가도 '우범소년' 붙잡는 이유

심재현 기자
2022.10.29 07:26

[MT리포트]우범소년 딜레마④

[편집자주] 소년법에는 우범소년 규정이 있다.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소년을 재판에 회부할 수 있는 제도다.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Minority Report)처럼 범죄 우려만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근 우범소년 접수가 급증하면서 관련 규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더 큰 범죄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소년들의 인권을 해친다는 비판도 있다. 법무부가 제도개선안을 마련한 이유다. 우범소년을 둘러싼 논란을 들여다봤다.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을 재판에 넘겨 소년원 등에 보낼 수 있는 우범소년 제도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규정은 유지하되 과도한 처분을 하지 않겠다'로 요약된다.

비행 사실에 비춰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소년을 방치하기보다는 미리 교육·보호·관리해야 한다는 현실론과 발생하지도 않은 범죄 가능성만으로 법정에 세우는 데 따른 인권 침해 우려를 두루 고민한 결과다. 법무부는 지난 26일 발표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에서 이 같은 우범소년 규정 개선방안을 내놨다.

법무부는 그동안 우범소년에게 적용됐던 10가지 보호처분 가운데 장기보호관찰(5호)부터 소년원 송치처분(10호)까지 과도한 보호처분을 폐지하기로 했다. 소년원 송치 등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것을 최소화하고 제도의 본래 취지인 청소년 보호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개선안이 추진되면 앞으로 우범소년은 주로 사회봉사나 단기보호관찰(1년)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우범소년 제도는 1963년 소년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일탈을 하거나 비행에 빠진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청소년을 법정으로 보내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라는 얘기다. 소년법과 형법에서 촉법소년 제도로 범죄를 저지른 만 14세 미만 소년(13세 미만으로 개정 추진)에 대해 형사처벌 대신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을 내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여성 청소년의 경우 가출을 반복하다 보면 미혼모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우범소년 규정은 이런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어 조치인 셈"이라고 말했다. 올 8월 경기도 안양 한 모텔에서 갓 태어난 아기를 살해해 붙잡힌 아이 엄마도 10대에 가출한 뒤 성매매에 종사하면서 아버지도 모르는 아이를 출산했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객관적인 기준 없이 죄를 짓지 않은 청소년을 '우범'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정에 세운다는 비판이 이어지지만 현실적으로 청소년이 범죄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측면에서 우범소년 제도가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우범소년 제도 폐지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온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조사에서도 현장의 이런 인식이 확인된다. 인권위의 '아동·청소년 인권보장을 위한 소년사법제도 개선 연구'에 나온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판사 14명 중 13명(92.9%)이 우범소년 규정에 '적절하다'고 답했다. 청소년 사건의 최일선에 있는 보호관찰관(85.4%)도 대체로 우범소년 규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우범소년 제도가 그동안 청소년 선도와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낙인 효과로 작용한 측면도 부인할 순 없다. 특히 가뜩이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이 소년원 송치 이후 제도권 밖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적잖다는 분석이다. 2018~2020년 통고 건의 절반 이상은 접수자가 부모가 아닌 사회복리 시설장, 학교장, 보호관찰소장 등 이른바 '외부인'으로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모든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청소년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행 과정의 문제점에 앞서 제도 자체가 청소년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김희진 변호사는 "성인들은 난폭한 행동을 하더라도 형사법에 위반되지 않는 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우범소년에 대해 장기보호관찰(보호처분 5호), 보호시설 감호위탁(6~7호), 소년원 송치(8~10호) 등의 과도한 처분을 폐지하기로 한 것도 이런 지적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현소혜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현재 우범소년 제도는 몇몇 문제가 있지만 영국이나 미국처럼 집중적인 가정위탁 프로그램이나 후견인 제도를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폐지하기는 힘들다"며 "청소년을 의미 있는 수준에서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도출하려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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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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