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비 안해 발전소 멈추면…", '한전 적자' 대책이 정비 연기?

[단독]"정비 안해 발전소 멈추면…", '한전 적자' 대책이 정비 연기?

세종=조규희 기자
2023.05.14 17:13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2017.5.16/사진=뉴스1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2017.5.16/사진=뉴스1

국내 전력생산의 70%를 차지하는 한국전력 전력 그룹사의 발전소가 발전 설비 정비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4조원을 넘어선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다. 고장으로 인한 발전 중단 사태를 대체할 수 없는 뚜렷한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당장의 위기 극복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 사용 피크 시기인 여름철도 다가오는 것도 문제다.

14일 전력업계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부발전 등 한전의 전력그룹사 등의 올해 계획·예방 정비일수가 최소 140일에서 370일 정도 줄었다. 이에 따라 정비 예산도 각각 300억원가량 절감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적자 해소 자구책의 일환으로 발전소 정비 일수와 정비 예산의 조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한전의 적자는 44조6000억원 규모다. 한전은 지난 12일 25조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사업 조정' 항목으로 5조600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외 투자 연기 등이 사업 조정이지만 발전사들의 계획·예방 정비도 사업 조정 항목이다. 실제로 한전은 안정적인 전력공급 및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전력설비 건설의 시기와 규모를 추가로 이연·조정으로 인해 1조3000억원의 재무개선 효과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과 정부 방침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정비를 제외하고는 계획·예방 정비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어차피 줄이고 없애야 하는 석탄발전소를 우선 대상으로 정비 일수 조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발전 설비는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022년 기준 한전 전력그룹사의 발전 전력량은 40만8441GWh(기가와트시)다. 민간발전사는 18만5959GWh로 전체 전력량의 30% 수준이다. 계획·예방정비 일정 연기에 따라 갑작스런 고장이 발생할 경우 전력공급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어떤 발전 시설의 경우 1년가량 정비를 미룬 곳도 있다.

이 같은 정비 일수와 예산 조정은 한전이 발표한 자구책과 부합하지도 않는다. 한전은 정부와 협의를 통해 수요입찰 예측정확도 개선, 공기업 석탄발전상한제 탄력적 운영 등을 통해 전력구입비를 2조8000억원 가량 절감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놨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보다 전력 생산 단가가 저렴한 석탄 발전을 유동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전력업계 전문가는 "자동차도 1년마다 엔진오일 등의 정비를 받는데 개인 사정에 따라 1~2개월 미룰 수 있다"며 "정비 지연에 따라 자동차는 고장나더라도 수리가 빠르고 공유자동차, 렌트카 등 대체재가 있지만 발전소는 전혀 다른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한전 전력 그룹사의 정비 일수 감소와 정비 예산 감축이 모두 계획·예방정비 일정 지연에 따른 것은 아니다. 발전시설이 A급에서 B급으로 정비 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정비 기간과 비용이 감소하기도 한다.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영향도 있다.

오히려 올해 계획·정비 일수와 예산이 전년도보다 증가한 곳도 있다. 한전 적자가 지난 2021년부터 시작돼 2022년 자구책의 일환으로 관련 정비와 예산을 줄였으나 올해마저 조정할 수 없어 대폭 증가한 것이다.

전력업계 전문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기본 조건은 자연 재해 등 혹시 있을 지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고장을 방지하기 위한 발전시설 정비"라며 "임시 방편보다는 전기요금 현실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여당은 오는 15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2분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 폭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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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희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조규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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