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지원, 미술관 건축…고향납세로 주민 삶의질 높아졌다

암 치료 지원, 미술관 건축…고향납세로 주민 삶의질 높아졌다

도쿄(일본)=박광범 기자
2024.01.01 07:05
일본 도쿄 스미다구가 고향납세를 재원으로 활용해 지은 '호쿠사이 미술관'/사진=박광범 기자
일본 도쿄 스미다구가 고향납세를 재원으로 활용해 지은 '호쿠사이 미술관'/사진=박광범 기자

# 일본 도쿄 스미다구의 한적한 동네 골목을 걷다 보면 은색 건물 하나가 나타난다.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현대식 건축물이다. 건축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가 설계해 건축된 '호쿠사이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이 탄생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스미다구는 이 동네 출신으로 과거 서양 인상주의 화가들에게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를 기념하는 공공미술관 건설 계획을 1988년 마련했다. 하지만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로 건설계획은 중단됐다.

이후 2006년 스미다구에 전파 송출용탑 '도쿄 스카이트리' 건설 계획을 계기로 다시한번 추진됐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으로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술관 건설 계획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해법은 고향납세에서 찾았다. 스미다구는 2015년 고향납세 제도를 활용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전국적으로 기부금을 모았다. 2016년 10월 고향납세 기부금을 포함해 총 5억엔의 모금목표를 달성했고 2016년 11월 호쿠사이 미술관은 마침내 문을 열었다.

후지노 료헤이 도쿄 시부야구 지역진흥과 협동추진주사/사진=박광범 기자
후지노 료헤이 도쿄 시부야구 지역진흥과 협동추진주사/사진=박광범 기자

고향납세는 일본 지방 소도시뿐 아니라 대도시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스크럼블 교차로'로 유명한 도쿄 시부야구도 그 사례 중 하나다.

시부야구는 고향납세 제도로 지방으로 세금이 유출되는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응책 마련에 골몰했다. 후지노 료헤이 시부야구 지역진흥과 협동추진주사는 "고향납세로 세금이 유출되면서 구의 행정서비스 저하 우려가 커졌다"며 "세금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답례품 개발을 통해 고향납세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부야구는 지방 도시들에 비해 답례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시부야구를 찾는 관광객 등을 공략할 수 있는 답례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했다. 시부야구 소재 호텔 숙박권, 유명 식당 식사권 등이다.

고향납세 활용처도 기부금 모집을 위한 아이디어로 접근했다.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프로젝트를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대표적인 것이 아야세대(15~39세까지의 사춘기 무렵 청소년과 젊은 성인) 암 치료 지원 프로젝트다.

이 세대 암환자의 경우 숫자가 적어 치료 전문가가 적을뿐 아니라 취학과 취업, 연애와 결혼, 임신과 출산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암 치료뿐 아니라 정서적 치유가 필요한 이유다.

시부야구는 아야세대 암 치료 사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지역 내 NPO(민간 비영리단체)와 함께 고향납세 제도를 활용키로 했다. 2022년 11월 100만엔 모금을 목표로 고향납세 크라우드펀딩을 실시했는데 두 달도 안돼 목표액의 271.3%를 달성했다.

후지노 주사는 "시부야구에 등록된 NPO가 총 26곳인데 이들 단체 모두에 고향납세 프로젝트를 알리고 참가를 원하는 곳들로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며 "이중에서 기부자들이 공감할 만한 지원 사업을 발굴해 실제 고향납세 프로젝트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부야구 자체적으로 고향납세 활용 사업도 개발하고 있다. 도쿄 패럴림픽 휠체어 럭비 경기가 시부야구에서 개최된 것을 계기로 시작된 휠체어 럭비 선수 응원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기부금은 선수 지원과 휠체어 럭비 활성화 등에 쓰인다.

시부야구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고향납세 활성화의 비법이라고 강조한다. 후지노 주사는 "고향납세는 기부자가 기부금 사용 용도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공감해야 사람들이 기부를 한다"며 "그렇게 프로젝트가 활성화돼야 기부하는 사람도, 기부받는 사람도 윈윈(WINWIN)할 수 있는 고향납세 제도가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향납세로 기존에는 행정서비스가 닿지 않는 사람들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고 살기좋은 시부야구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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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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