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 대부분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서 자란 뒤 대도시에 와 일을 하고 세금을 낸다. 정작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도시에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구조를 개선해보자는 취지에서 고향납세 제도를 시작하게 됐다."
야쿠츠 유타 일본 총무성 자치세무국 시정촌세과 기부금세제계장(주민세제2계장)은 고향납세 시작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이 고향납세 도입 논의에 들어간 건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가 총무상으로 재직하던 2007년이다. 도시와 지방 간 재정 격차 해소를 위해 거주하는 지자체에 내는 지방세인 주민세의 10%를 고향 등 타 지자체에 내는 구상을 제시한 게 발단이 됐다. 이후 2008년부터 고향납세 제도가 시행됐다.
제도 도입 초기 실적은 저조했다. 기부액이 △2008년 81억엔 △2009년 77억엔 △2010년 102억엔 △2011년 122억엔 △2012년 104억엔 △2013년 146억엔 △2014년 389억엔 등에 그쳤다.
2015년부터 반전을 맞는다. 일본 정부가 고향납세 제도를 개편하면서다. 당시 총무성은 기부 상한 금액을 2배로 늘리고 확정신고 없이도 간략하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고향납세를 간소화 한 '원스톱제도'를 도입했다.
여기에 지자체들이 자발적인 고향납세 활성화 노력도 더해졌다. 일본 정부는 제도 도입 초기 고향납세에 따른 답례품은 생각하지 않았다. 일부 지자체가 기부금을 더 모금하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지역 특산물을 기부자에 선물하기 시작한 게 지금의 답례품 제도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고향납세 실적은 급반전한다. △2015년 1653억엔 △2016년 2844억엔 △2017년 3653억엔 △2018년 5127억엔 △2019년 4875억엔 △2020년 6725억엔 △2021년 8302억엔 △2022년 9654억엔까지 급등했다. 올해 1조엔 돌파가 예상된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지역 경제 활성화, 복지 강화 등에 쓰였다. 고향납세 기부자는 본인이 기부한 돈의 사용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총무성 조사 결과 '어린이·육아' 분야에 기부한 금액(1222억200만엔)과 건수(674만2349건)가 가장 많았다. △교육·인재 양성(672억100만엔, 345만7건) △지역·산업 진흥(622억7800만엔, 352만2311건) △도시 조성·시민 활동(497억6100만엔, 284만9103건) 등에도 기부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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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츠 계장은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방류와 관련해 일본산 수산물의 중국 수출이 막혀 수산업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고향납세 기부를 통해 후쿠시마와 훗카이도 지역을 응원하자는 기부 움직임이 많이 나타났다"고 했다.
고향납세 운영 과정에서 문제도 없지 않았다.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지자체 간 답례품 경쟁이 과열된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기부액 70~80%에 해당하는 금액의 아마존 상품권을 답례품으로 주기도 했다.
총무성이 몇차례 지자체에 자제를 요청했지만 관련 법에 과열을 방지할 규정이 없어 지자체들의 답례품 경쟁은 이어졌다. 결국 총무성은 법 개정에 나섰다. 2019년 총무대신이 지정한 지자체에만 고향납세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지정 기준에는 답례 비율이 기부금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또 답례품을 포함한 고향납세 운영에 따른 배송료, 광고비 등 경비총액이 기부금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최근에는 지자체 간 기부액 격차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산물이 많아 답례품 개발에 용이한 해안·산악 도시에 비해 대도시가 상대적으로 기부금 모금에 불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실제 도쿄도의 경우 고향납세 제도에 반대해 유일하게 고향납세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야쿠츠 계장은 "고향납세 시행 후 세수가 많이 줄어든 곳 대부분은 대도시들"이라며 "이들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고향에 세금을 내면 문제가 안되지만 실제로는 답례품이 좋은 곳에 기부하는 경우가 많아 대도시에선 주민세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총무성은 특산품이 없는 지역도 매력적인 답례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관광시설 입장권이나 숙박권, 식사권 등 서비스 분야 답례품도 허용하고 타지역과 협력해 공동 답례품을 제공하는 것도 인정했다.
야쿠츠 계장은 "고향납세 금액이 늘어나는 것을 활성화라고 본다면 답례품을 강화하고 홍보하면 되지만 답례품 과열은 당초 제도 취지를 벗어날 수 있다"며 "고향 응원이라는 제도 취지를 살리고 그쪽에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고향납세 제도를 운영해나가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