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의 핵심은 '다름'이다. 기존 문법과 다른 생각, 반대를 이겨내는 행동이 흐름을 만들어 달라진 세상을 경험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재단의 '그린보트'는 이단이다. 환경운동가의 희생, 시민의 불편을 전제로 하는 기존 운동 방식과 달리 친환경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친환경의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린다. 특정 지역의 쓰레기를 치운다는 단기 성과보다는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환경을 생각하고 행동의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지난달 16일부터 23일까지 부산을 떠나 대만과 일본을 거쳐 크루즈에서 진행된 그린보트 행사. 탄소를 저감하고 친환경 교육을 받으면서 환경을 의무적으로 생각하고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든 것도 사실이다. 크루즈 여행과 친환경 운동은 어찌보면 물과 기름의 관계라는 선입견(?)도 컸다.
환경재단이 이탈리아 선사에 빌린 배는 길이 290m, 폭 35.50m, 톤수 11만4137톤이다. 정원(3780명)만 4000명에 가깝다. 규로모만 따지면 한 나라의 해상전력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의 핵항공모함에 육박한다. 축구 경기장에 준하는 크기의 배에서 일상적인 크루즈 여행이라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풍요의 삶이다.
2500여명의 탑승객을 태운 그린보트는 철저하게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다고 친환경 교육만 앞세우지 않는다. 유홍준 교수, 이제석 광고연구소 소장, 장사익 음악인, 정다운 영화감독, 은희경 소설가, 승효상 건축가, 박상영 소설가, 박준 시인, 노홍철 방송인 등 수십여명의 명사가 본인 분야의 강의를 한다.
그린보트 탑승객인 중년의 김균식, 최윤씨는 "평소에 볼 수 없는 훌륭하신 분들의 강연을 들으며 그린보트를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즐거움'은 어찌보면 낯선 공식이다. 플라스틱 활용을 줄이고 음식 포장도 본인의 그릇으로 해야 하고 음식점에 가도 물을 먹기 위해 종이컵을 사용하면 안 되는게 친환경 생활이다. 불편함과 실천적 행동을 감수해야 하지만 인식이 바뀌면 불편함은 의무가 아닌 자연스런 행동이 된다.

그린보트는 문화, 역사, 철학, 인문 강의를 통해 개인이 아닌 세상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한다. 곧바로 환경에 대한 인식 전환이 어려울 수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제로 보면 삶은 환경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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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는 "실제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계"라며 "변화를 만들어내고 환경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행동하게 하는 그 기회가 중요한데 우리는 '될 때까지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씨앗을 뿌린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이는 그린보트가 비난 받는 이유다. 단기 성과와 당장의 목표가 앞에 있는데 먼 곳을 바라보니 가용자원을 허투루 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욕은 먹어도 괜찮다. 오히려 약이된다"며 "욕을 먹는다는 건 새롭다는 뜻이기도 한데 인식 전환을 통해 환경에, 세계에 공헌하려는 의지가 결국 친환경 운동이 달성하고자 하는 성과를 좌지우지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기계적 비판에 대한 반론도 가능하다. 부산-대만-일본 여행을 가정했을 때 항공편을 이용했을 때보다 선박의 탄소배출이 47%가량 적다. 그린보트 여행거리는 2950㎞로 승객 2500여명이 7박 8일간 항공편과 호텔 이용에 따른 탄소 배출량은 2443톤CO2다. 하지만 크루즈의 경우 1293톤CO2다. EU MRV(선박 이산화탄소 배출량 모니터링, 보고 및 인증 규칙), 유럽환경청(EEA), 영국 환경식품농무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른 계산법이다.
대형선박이 해양생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도 있다. △해양생물과 충돌 △빛 공해 △소음공해 등이 거론된다. 전세계 100톤 이상 선박은 10만9000여척이며 대형상선은 2만여척이다. 크루즈는 320척에 불과하며 그린보트의 특성상 연안 인근의 항해와 최신 기계를 활용해 생물 충돌을 방지하고 빛과 소음을 최소화한다.
그린보트와 유사한 환경운동으로 일본의 피스보트가 있다. 탑승객은 자비를 들여 10일에서 15일간 선상에서 환경문제 뿐만 아니라 핵 폐기, 평화구축과 관련한 강의를 듣고 기항지마다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다.
요시오카 피스보트 대표는 "1983년부터 피스보트를 시작했는데 일본의 시민사회, 국제적인 NGO, UN 산하 기관들이 4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피스보트가 평화, 환경, 인권,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기여한 가치를 높이 평가해 주고 있다"며 "또한 일본, 중국,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의 참가자들이 피스보트 크루즈를 매우 유의미한 여행 경험으로 느꼈고 그 결과 많은 분들이 재탑승자가 돼 친구와 지인들에게 승선을 추천하며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