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공백 자초했다"…'1급 사표' 받고도 자리 못채우는 정부

"인사 공백 자초했다"…'1급 사표' 받고도 자리 못채우는 정부

세종=정현수 기자
2025.09.29 17:20

이재명 정부에서 1급 공무원의 줄사표가 시작된 곳은 기획재정부다. 기재부 7명의 1급 공무원들은 지난 12일 무렵 사표 제출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등 기재부 외청장으로 가던 관례도 깨졌다. 기재부 1급 공무원들은 행선지를 보장받지 못한 채 사표를 제출했다. 차관급인 기재부 외청장은 과거 기재부 1급 공무원들이 주로 승진해서 가던 자리다. 하지만 기재부 관료에 대한 반감 등이 작용하며 기재부 외청장은 내부 인사가 승진했다.

내년 1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될 기재부는 조직개편이라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1급 인사의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사표 행렬은 기재부에 이어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으로 확산됐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 1급 가운데 4명이 사의를 표했다. 국토부는 정권 교체기마다 상대적으로 물갈이 압박이 덜했지만 이번에는 예외가 아니었다.

당초 후속 인사는 곧바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 인사의 특성상 후임자를 염두에 두고 인사 조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차관급 인사 진행 속도를 볼 때 1급 인사는 더 빠를 수 있다는 관측도 우세했다.

1급 공무원의 경우 통상 3배수로 인원을 추려 검증받는다. 검증 대상자는 검증 서류를 내기 때문에 후보군이 누군지에 대한 '하마평'이 일찌감치 돌기도 했다.

하지만 1급들의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후속 인사에 대한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이에따라 사표를 제출한 1급 공무원들은 불확실한 신분 속에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인적 쇄신을 위한 1급 공무원의 사표 제출이 불필요한 공직사회의 혼란만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1급 공무원들의 사표를 제출받은 시기를 두고선 뒷말도 나온다. 과거에는 정권 교체기 초반에 재신임 등을 묻기 위해 1급 공무원들이 사표를 내는 경우가 적잖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직 개편 등의 변수와 맞물려 정권 출범 100일이 지나서야 1급 공무원들의 사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표를 제출한 1급 공무원들의 '어색한 동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1급 공무원들은 장·차관과 함께 국정감사에 배석한다. 추석 연휴 전에 1급 인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 1급 공무원들이 국정감사를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효율적인 국정감사를 위해 후임 1급 공무원 인사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1급 공무원들의 사표 제출 시기도 국정감사 이후로 미뤘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1급 공무원들이 사표를 제출한 이후 공직사회 전반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급 공무원들의 불안한 신분 탓에 정책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이재명 정부 초반부 장기 설계가 필요한 경제·금융·부동산 정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관가 공백'이 꼽힌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1급 공무원의 '일괄 사표'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 역시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1급 공무원은 대부분 30년 넘게 근무하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산전수전 다 겪은 인재"라며 "직업공무원은 정권의 좌우에 상관 없이 국정운영에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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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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