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영풍과 영풍의 계열사 와이피씨(YPC)에 제기된 순환출자 금지규정 위반 의혹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은 고려아연이 지난달 말 신고한 영풍과 와이피씨의 '순환출자 금지규정 위반행위에 대한 건'의 심사 절차를 개시했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최근 고려아연 측에 발송했다.
심사 절차 개시는 공정위가 정식으로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영풍과 와이피씨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이하 공정거래법) 제21조 제1항(상호출자의 금지)과 제22조 제1항(순환출자의 금지) 등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신규 순환출자 고리 형성 혐의로 영풍과 와이피씨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고려아연의 적법한 경영권 방어를 무산시키고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영풍이 국내 계열사를 통해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공정위 신고서 등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 3월7일 완전 자회사이자 국내 계열사인 와이피씨를 설립해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지분 25.42%)를 현물출자 방식으로 넘겼다.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때문에 막혔던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은 유한회사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로써 '영풍→와이피씨→고려아연→SMH(고려아연의 해외 자회사)→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
공정거래법 제22조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회사의 순환출자를 형성하는 계열 출자를 금지하고 있다.
영풍은 또 고려아연 지분을 와이피씨에 넘긴 직후인 3월12일 고려아연 주식 10주를 추가 취득해 '영풍→고려아연→SMH→영풍'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순환출자 고리도 형성했다.
와이피씨의 경우 영풍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완전 자회사일뿐 아니라 김기호 영풍 대표이사가 와이피씨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와이피씨의 사업 목적도 '고려아연의 주식을 취득·소유해 고려아연 사업을 지배·관리하는 것'으로 돼 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공정위 신고와 관련한 입장문에서 "최대주주로서 정당하고 합법적인 자산 구조 정비"라며 "영풍이 직접 보유하던 지분을 자회사를 통해 보유하는 형태로 변경한 것일 뿐, 실질적인 지배구조 변동은 없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와이피씨 출자는 투명한 자산 운용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정상적인 조치로 순환출자나 가공자본 형성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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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려아연의 이번 공정위 신고는 앞서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호출자금지 위반 등 혐의로 신고한 데 따른 맞대응 성격이 짙다. 최 회장 측은 지난 1월23일 임시주주총회 전날 영풍 주식 10.3%를 호주에 본사를 둔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넘겼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H)→SMC→영풍→고려아연'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었고 이에 따라 영풍·MBK 측의 고려아연 의결권이 제한됐다.
다만 공정거래법은 국내 계열사를 통한 상호·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을 뿐, 해외 계열사를 이용한 상호·순환출자에 대해선 명시적 규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