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3만 명의 경북 칠곡군 왜관읍엔 매년 10만 명이 찾아오는 햄버거 명소가 있다. 주한미군부터 세 살배기 어린아이, 칠순 노인까지 단골인 'ㅁㅁㅎㅅ(므므흐스) 버거'가 주인공이다. 주말엔 무려 1시간 반을 기다려야 맛 볼 수 있는 '핫 플레이스'다.
배민화 므므흐스 버거 대표(43)는 왜관급 매화마을에 7년 전 터를 잡았다. 버스가 하루 두 대 지나가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공연 기획자로 활동했던 그는 마늘 폐공장을 개조해 어린이 미술관을 열어 마을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여러 사업 아이템을 고심하던 중 건강한 버거를 만들어보자는 구상을 떠올렸다.
"칠곡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신을 하면서 '햄버거 먹덧(음식을 계속 먹게 되는 임신 초기 증상)'을 경험했다. 당시 치즈버거가 너무 먹고 싶었는데, 임산부에게 프랜차이즈 버거를 먹일 수는 없으니 남편이 좋은 재료를 찾아 버거를 만들어 줬다. 그렇게 몸에 좋은 버거를 만들자는 것이 사업을 하게 된 첫 계기가 됐다"(배민화 대표)

직원 수 17명인 햄버거 가게를 이끌고 있는 배 대표는 과거 요식업 경험이 전무했다. 남편의 고향인 매원마을에 정을 붙여 무작정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초기엔 햄버거 7개 단체주문에도 허둥지둥 했지만 그런 시간이 나중엔 든든한 자산이 됐다.
배 대표는 "말도 못 하는 3살짜리 아이가 토마토를 빼 달라고 옹알이 하는 것에 착안해 키즈 메뉴를 만들었다"며 "채소를 다 빼고 케쳡만 발랐더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고 했다. 또 "지팡이를 짚고 햄버거를 드시러 오는 76세 어르신도 있었다"며 "다양한 세대의 손님들이 속 편하게 버거를 먹을 수 있도록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므므흐스 버거는 깐깐하리만큼 건강한 재료를 고집한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좋은 재료를 골라 쓴다. 므므흐스가 만든 16종의 수제 버거는 미군 부대의 군인뿐 아니라 임산부, 소화가 잘 안 되는 노인들까지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전남 화순의 토마토, 경북 성주의 양파를 활용해 수제 버거 속을 채운다. 베이컨 역시 칠곡산 돼지고기 뒷다릿살을 사용한다. 빵에는 경남 밀양 흑마늘 진액이 들어간다. 감자는 지역 농가에서 직접 계약재배했다. 질 좋은 감자를 공수해 동그란 전 형태의 감자튀김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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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를 넘어 지금은 소스 메뉴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기 메뉴인 '땡초페스토버거'에는 직접 개발한 소스가 들어간다. 루콜라페스토나 바질페스토 대신 매콤한 한국적인 입맛을 살려보자는 것이 아이디어의 단초였다. 미나리가 재료인 '루미나리 솔트'와 '크레크레 소스'도 개발해 메뉴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K-푸드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소화가 잘 되는 음식 문화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 음식의 맛이 장 문화와 잘 발효된 시즈닝에 있는 만큼 (기내식 비빔밥에 땡초페스토가 나올 수 있을 때까지) 소스 개발에 최선을 다할 작정"이라고 했다.


므므흐스는 로컬 크리에이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22년에는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지원하는 국가지원사업에서 전국 1등을 수상하며 지역 명소로 성장했다.
올해부턴 농림축산식품부 '농촌혁신 네트워크(커넥트업) 1기' 사업 멘토로 선정돼 활약 중이다. 농식품부는 댜앙한 농촌 창업 유형을 발굴하고 창업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 창업자들이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관계망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마을 어르신들은 배 대표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인적 드문 마을에서 창업한 청년을 도우려 주민들은 마을 회의장소로 버거집을 찾았다. 가게에 매화 덩쿨이 넘어오면 이장님이 직접 포크레인을 갖고 와 뒤집어 주실만큼 살뜰이 챙겨준다. 배 대표는 "어르신들이 '손님 없으면 청년들 굶어 죽는다'며 가게를 응원했다"며 "주민들의 따뜻한 보살핌이 없었다면 므므흐스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칠곡군도 배 대표의 성공을 응원했다. 칠곡군은 로컬 식음료(F&B) 브랜드 창업자들이 지역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적극 소통하고 있다. 매달 한 번씩 지역 창업가(로컬 플레이어)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 애로사항을 수렴했다. 창업에 필요한 기반시설 등을 파악하는 한편 중앙 정부와 연계할 수 있는 부분도 함께 고민했다.
배 대표는 'ㅁㅁㅎㅅ' 초성게임 이벤트 등을 진행하며 고객들과도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생소한 어감의 '므므흐스'는 '모든 날, 매 순간 행복한 사람들'의 초성을 딴 이름이다. 소통을 주고받은 기억들을 모아 다음 달 가게 옆 전시 공간을 오픈할 예정이다.
그는 "지역 농산물을 수매하게 되면 지역 농가를 돕는 동시에 더 맛있고 건강한 버거를 만들게 된다"며 "마을 주민들과 상생하는 방식이야 말로 농촌 구성원들이 함께 승리하는 로컬 마케팅의 근본"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