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개발 관련 예산안 심의가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실패로 자원개발 추진 동력이 약해지면서 예산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등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에너지믹스라는 관점에서 자원개발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30일 정부과 국회 등에 따르면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막판 심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산업통상부 소관 예산 중 자원개발과 AI,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업단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는 자원개발 관련 2건의 감액안이 논의됐다. 국내 인근 해역의 석유 등을 개발하는 유전개발사업과 해외 석유·가스·핵심광물을 개발하는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다.
유전개발사업은 정부안으로 109억2200만원이 편성됐는데 예결위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이 경제성이 없다고 판명됐고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회의에 참석한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이번 예산은 동해가 아닌 그간 탐사가 부진했던 서해와 남해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시추가 아닌 탐사 목적으로 편성된 것"이라며 "서해와 남해는 특히 중국과 일본과의 해양 주권 문제도 관련이 있어서 최소한 시추는 아니더라도 탐사 예산은 배정해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예산 유지 의견을 밝혔다.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는 해외에서 석유가스와 핵심광물을 개발하는 민간회사에 융자를 해 주는 사업으로 산업부는 710억1700만원의 예산안을 편성했다. 상임위에서는 증액 필요성에 따라 289억8300만원이 늘었지만 예결위에서는 전액 삭감 혹은 일부 삭감 지적이 나왔다.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투자가 탄소중립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입장은 팽팽하게 맞선다. 집권 여당은 현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등 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화석연료에 대한 전세계적인 수요도 감소 추세라며 자원개발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에너지 전환의 과도기 시기에 AI 등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원개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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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당장 탐사를 해서 유전을 발견하더라도 사업 기간이 30년, 40년 정도 걸린다"며 "국제에너지기구가 여러 차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30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의 가스 수요가 굉장히 많이 하락하기 때문에 (장기간 걸리는 유전개발은) 좌초자산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탄소에너지든 희토류든 희소광물이든 자원개발에 대해서는 국가가 끊임없이 투자를 해야 한다"며 "세계가 재생에너지 또 탈탄소를 해야 된다는 큰 원칙은 맞지만 (첨단산업·AI 등 전력 공급을 위해) 적절한 에너지믹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자원개발 관련 2개 사업예산은 보류 후 추가 검토를 거쳐 삭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에너지전환과 자원개발에 관한 시각 차이는 있지만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법정 시한 막판에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있다.
유전개발에 대해 전액 삭감 의견을 냈던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서해·남해 자원탐사가 필요하다는 산업부의 설명에 삭감 의견을 철회하기도 했다.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선 핵심광물 사업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여야 모두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재명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AI 관련 사업은 일부 조정이 있었다. K-온디바이스 AI반도체기술개발사업과 AI응용제품 신속사용화 지원사업은 상임위에서 각각 236억원, 185억원 감액 의결됐다. 중복투자 우려 등으로 예산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중 K-온디바이스 사업은 예결위에서도 최종 감액 결정됐다.
다만 △AI기반 에코디자인 산업생태계 고도화 △AI 기반 수출대응형 유무인 복합체계 부품기술개발 △철강산업 AI 융합실증 허브 구축사업 △휴머노이드 로봇 하이브리드 피지컬 AI 실증 등 AI 관련 15개 사업에서는 약 514억원이 상임위에서 증액 결정됐다.
이재명정부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RE100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52억원 삭감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RE100 사업은 핵심 사업으로 육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증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나오면서 보류 후 결정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