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산업기반, 전국으로 확장… 지역균형발전 강조
비수도권만 특화단지 지정, 노동시간 '유연화' 검토
2047년까지 팹 10기 신설… '시스템' 생태계도 강화

정부가 반도체산업의 지형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본격화한다. 목표는 단순한 생산시설 분산이 아니다. AI(인공지능) 시대의 핵심산업 기반을 전국에 배치해 성장축을 재편하고 지역경제와 산업생태계를 함께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을 새로운 산업거점으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수도권에 과도하게 몰린 산업구조가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우리 산업은 압축성장 과정에서 인력·기반시설 활용 등 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하며 기업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됐다. 좁은 지역에 대규모 생산시설이 밀집하면서 전력망이 포화하고 투자비가 치솟는 한계에 직면했다. 반면 대만·일본 등 경쟁국은 반도체 팹(fab·생산라인)의 지역분산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성장기반을 확장해나간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AI 시대, 반도체산업 전략'을 살펴보면 정부전략의 핵심은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다. '광주-부산-구미'를 잇는 축이다. 광주는 패키징 허브로 키운다. 글로벌 패키징 기업과 AI데이터센터가 자리한 점을 활용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집적한다.
부산은 전력반도체 중심지로 묶는다. 8인치 SiC(실리콘카바이드) 실증팹 구축과 전력반도체지원단 설립을 검토한다. 구미는 소재·부품의 R&D(연구·개발)와 사업화를 집중지원하고 시험평가센터 등 실증 인프라를 확충한다.
비수도권 특화단지 신규 지정도 원칙으로 못 박았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인프라·재정 등 우대지원을 강화한다. 지방 연구인력의 노동시간 유연화 등 혜택도 검토한다. 지방투자를 기업의 성장과 지역경제 확장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기술투자도 늘린다.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차세대 메모리에 2032년까지 2159억원 △AI 특화 반도체에 2030년까지 1조2676억원 △화합물 반도체에 2031년까지 2601억원 △첨단 패키징에 2031년까지 3606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2047년까지 10기의 신규 생산팹을 짓는 700조원 규모의 장기투자 로드맵도 제시했다.
국방반도체의 기술자립도 본격화한다. 99% 수입의존 구조를 끊기 위해 방위사업청·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주기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공동추진한다. 소재·설계·공정·시스템을 포함한 독립 생태계 구축이 목표다. 시스템반도체의 취약점 보완도 맞물린다. 팹리스(반도체설계)가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하도록 수요기업이 앞에서 끌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밀착지원하는 협업구조를 만든다. 차량용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전력관리칩 등 미들테크 국산화 지원도 확대한다. 국내 첫 반도체 대학원대학 설립, 트리니티팹 출범 등 인재·테스트 인프라 강화정책도 포함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주도권 확보에 우리 산업의 명운이 달린 비상한 시기인 만큼 그동안 실행에 옮기기 어려웠던 비상한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며 "우리가 잘하는 반도체 제조분야는 기업의 투자를 전방위로 지원해 세계 1위 초격차를 유지하고 경쟁력이 부족한 시스템반도체, 특히 팹리스 분야는 파운드리·수요기업 등 온 생태계를 동원해 10배로 키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