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생존의 연대]<1-④>

한국과 일본이 외교·안보·경제의 최우선 파트너로 꼽은 국가는 서로가 아니었다. 양국 모두 미국과 중국을 가장 중요한 나라로 인식했다. 한일 관계를 둘러싼 감정과 거리감은 여전했다. 다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결과는 한일 경제연대가 왜 지금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미·중 패권 경쟁이 오히려 경제 블록 형성과 연대의 자극제가 있다는 얘기다.
2일 머니투데이가 한국의 엠브레인퍼블릭과 일본의 서베이리서치센터에 각각 의뢰해 양국의 국민 1000명씩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교·안보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한국 응답자의 86.4%가 미국을 꼽았다. 일본 역시 79.6%가 미국을 택했다.
중국을 꼽은 비중은 한국 8.7%, 일본 5.4%였다. 반면 서로를 중요 국가로 선택한 응답은 한국 1.2%, 일본 0.9%에 그쳤다. 숫자로 보면 아주 미미한 존재감이다.

경제 인식도 판박이다. 한일 양국 모두 가장 중요한 경제파트너로 미국과 중국을 꼽았다. 한국은 미국(64.0%)과 중국(30.7%)을 합쳐 95%에 가깝다. 일본 역시 미국(74.3%)과 중국(12.7%)을 지목, 미·중의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상대국을 선택한 비중은 한국 1.3%, 일본 0.7%에 불과했다.

상대국에 대한 감정 역시 긍정적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일본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한 한국 응답자는 29.8%, 한국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한 일본 응답자는 33.5%였다. 다만 '보통'이란 응답이 한국 44.8%, 일본 48.7%로 극단적 부정보다는 많았다. 유보적 태도다.
현재 한일 관계에 대한 평가에서도 '보통'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국 57.7%, 일본 52.1%였다. 부정 평가는 한국 27.0%, 일본 27.6%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감정적 대립이 굳어졌다기보다 방향을 잡지 않은 상태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표면적으로 한일 경제연대의 토대는 약해 보인다. 외교·안보와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한일 양국은 미·중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게다가 서로를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역설이 시작된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이 클수록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진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기도, 두 강대국과의 관계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같은 제약에 놓인 한국과 일본은 경쟁자이기 이전에 동일한 리스크를 공유하는 이웃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협력은 정치·외교적 동맹보다 쉬우면서 리스크 분산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글로벌 대한민국의 새로운 한일협력' 보고서에서 "국가 간의 협력 가능성은 공동의 위기가 발생할 때 더욱 커진다"며 "한일 양국이 직면한 지정경(地政經)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선 양국의 공동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