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 실험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 지난해 이용 저조로 혹평을 받았던 1차 실험을 보완해 실제 정책 자금과 연계한 실사용 검증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한은은 18일 '프로젝트 한강' 2단계(Phase II)를 통해 디지털화폐 시스템의 정식 도입과 예금 토큰 상용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한강'은 중앙은행이 직접 국민에게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인 CBDC와 달리 은행을 매개로 한 간접형 모델이다. 은행만 사용하는 기관용 디지털화폐를 기반으로, 일반 이용자는 은행이 발행한 '예금 토큰'을 쓰는 구조다. 스테이블코인과는 민간이 발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 같은 방식을 택한 배경으로 "CBDC는 개인정보 우려나 예금 이탈, 뱅크런 가능성 등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은행과 협력하는 구조는 안정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10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진행된 '프로젝트 한강' 1단계에서는 디지털화폐와 예금 토큰이 발행부터 유통·환수·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4~6월 실시된 실거래 파일럿에는 약 8만1000명이 참여했으며 총 거래 건수는 11만4880건으로 집계됐다. 총 결제액은 6억9246만원에 불과했다.
한은 관계자는 "1차 사업 땐 쓰려고 해도 쓸 데가 없고 다른 서비스에 비해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사용처 확대와 편의성 개선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번 2단계에는 기존 7개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BNK부산)에 더해 2개 은행(iM·경남)이 추가로 참여해 총 9개 은행이 참여한다. 사용처도 대폭 확대해 더 많은 국민이 다양한 온·오프라인 환경에서 예금 토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개인 간 송금, 생체인증, 자동 입출금 기능 등을 도입해 이용 편의성을 크게 개선한다. 기존에는 개인 지갑 간 이체가 불가능했지만, 2단계에서는 전자지갑 간 송금이 가능해지고 인증 절차도 간소화된다.
한은 관계자는 "기존 계좌 잔액에서 금액이 빠져나가 토큰으로 전환되는 구조"라며 "별도 앱이 아니라 은행 앱 내 지갑 형태로 제공되며 송금은 일반 계좌이체와 유사하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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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이번 사업을 110조원 규모의 국고 보조금 집행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블록체인 기반 예금 토큰 형태로 정책 자금을 지급하면 사용처 제한과 지출 추적이 가능해져 재정 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디지털바우처 등 프로그래밍 기능을 확대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 등 정부 보조금 지급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순 결제를 넘어 조건부 지급, 용도 제한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 구현 가능성을 시험한다.
한은은 나아가 예금 토큰이 인공지능(AI) 기반 결제나 토큰화된 증권 거래 등 미래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핵심 지급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검증할 예정이다. 향후 외부 컨설팅을 통해 제도 개선과 상용화 방안도 병행 검토한다.
한은 관계자는 '프로젝트 한강'의 인센티브와 관련해선 "은행이 설계할 영역"이라면서도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나 바우처 지급 등에서 기존 결제수단과 차별화된 편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