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 인식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발표

#서울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 A씨는 최근 반 학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목격했다. A씨는 즉시 노래 속 용어의 유래를 설명하고 관련 학생들에게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여줬다.
A씨의 적극적인 지도 이후 학생들의 반응은 달라졌다. 상당수 학생은 "의미를 몰랐다"며 부끄러워했고 '주장하는 글쓰기' 시간에는 반 학생 절반 이상이 자발적으로 '일베 용어를 사용하지 말자'를 주제로 글을 썼다.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5·18 조롱 구호' 사건이 사과와 화해로 일단락됐지만 교실 안에서 혐오·역사왜곡 표현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실제 초·중·고 학생 4명 중 1명은 어떤 표현이 혐오나 역사왜곡에 해당하는지 혼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현의 의미와 유래를 정확히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전국 청소년과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 인식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청소년 조사에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636명이, 교사 조사에는 초·중·고 교사 1109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청소년 4명 중 1명은 어떤 표현이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인지 헷갈린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끔 있다'는 응답이 22%, '자주 있다'는 응답은 2.7%였다.
배재고 야구부의 5·18 조롱 구호 사건에 대해서도 청소년 10명 중 1명은 문제의식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 '언론이나 어른들의 설명을 들어도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5.5%, '어른들이 너무 과하게 반응한다고 느꼈다'는 응답이 4.5%였다.
특히 약 20%의 청소년은 5·18 조롱 표현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다. 5·18을 조롱하는 표현이 응원이나 장난의 형태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는 응답이 9.7%였다. '친구들끼리 쓰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는 응답은 2.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6.9%로 집계됐다.

이에 전교조는 혐오·역사왜곡 표현의 유래와 의미를 정확히 알려주는 교육이 학교급별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설문에 참여한 교사들도 자유응답을 통해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 교사는 "대부분 학생이 혐오표현의 의미를 모른 채 사용하다가 지적을 받으면 오히려 창피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적극적으로 바로잡아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 용어를 자주 쓰던 학생에게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와 인권 존중의 의미를 함께 설명했더니 관련 표현 사용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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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집단의 영향을 크게 받는 남학생들에게는 올바른 언어 문화를 형성하는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지희 전교조 부위원장은 "현장의 교사들에게 물어보면 혐오표현의 사용 빈도와 강도가 남학생에게서 더 높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여학생은 혐오표현으로 상처를 받으면 친구나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남학생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거나 또래 집단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과 함께 제도적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교사 설문에서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는 '학교생활규정에 혐오표현 금지와 교육적 조치 근거를 명시해야 한다'는 응답이 55.8%로 가장 많았다. 혐오표현 교육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과 지침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교사들이 함께 대응해 학생들이 혐오표현이 모두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을 인식하는 문화가 중요하다"면서도 "문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제도도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도 제대로 가르치고 싶어 하는 만큼 교육부 차원의 매뉴얼과 교재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