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80원(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약 300만명의 근로자가 인상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최저임금은 결정됐지만 노사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노사공 표결에 의해 결정이 이뤄지면서 노사 양측은 모두 결과에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금과 같은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갈등 해소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종합적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27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14차 전원회의를 열고 표결을 통해 내년 최저임금을 1만700원으로 결정했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월 기준으로 환산(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하면 223만6300원이다.
2027년 최저임금은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기준 66만명(영향률 3.8%),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 297만8000명(영향률 13.3%)으로 추정된다.
노사 양측은 12차례에 걸친 최저임금 수정안 제시로 점차 격차를 좁혀갔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초 근로자위원은 최초 요구안으로 1만2000원, 사용자위원은 1만320원을 각각 제시했다. 근로자위원은 올해보다 16.3%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사용자위원은 동결을 주장했다.
12차 수정안에서 노사 격차는 각각 1만770원, 1만640원으로 130원까지 좁혀졌지만 더 이상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공익위원은 최저임금 심의촉진구간으로 1만600~1만860원을 제시했다. 심의촉진구간은 노사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일종의 중재안이다. 심의촉진구간 안에서 노사는 수정안 제시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거나 합의가 어려울 경우 표결로 결정하게 된다.
심의촉진구간 하한선인 1만600원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2.7%를 기준으로 했다. 상한선 1만860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에 경제성장률 전망치 2.55%를 더한 값이다.
노사 간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은 합의 권고안으로 1만720원을 제시했지만 노사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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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최임위는 최종안으로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각각 제시한 1만730원과 1만700원 중에서 표결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표결에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최임위 위원 27명 전원이 참여했다.
표결 결과 사용자위원안 15표, 근로자위원안 11표, 무효 1표로 사용자위원이 제시한 1만700원이 내년 최저임금으로 결정됐다.
권순원 최임위 위원장은 "심의촉진구간이 나온 이후 두 차례 수정안을 거쳐 130원까지 격차를 좁혔는데 합의에 이르지 못해 안타깝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임위 역사상 가장 근접한 노사 양측의 최종 제시안이었고 그 안으로 표결을 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17년만의 노사 합의에 의해 최저임금이 결정됐으나 올해는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표결에 의한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지게 됐다. 이로 인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참여한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여전히 결과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우선 경영계에서는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으로 인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부담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결정 이후 입장문을 통해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운 경영 현실과 한계에 이른 지불여력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은 동결돼야 했지만 이를 관철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이번 결정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수용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저임금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은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지불 능력 한계를 가장 우려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최저임금 추가인상은 물가상승률을 뛰어넘은 것으로 물가상승에 기름을 붓고 국가 경제의 뿌리인 소상공인 업계를 강타할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에게 이번 인상은 당장의 인건비 부담 증가와 경영난 심화로 이어져 허리를 휘게 만드는 무거운 족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아쉬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최근의 물가 수준과 체감 생계비 상승을 고려하면 3.7% 인상은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최저임금의 생계보장 기능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논의에서 매년 반복되는 노사 갈등과 소모적 논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전 최임위 공익위원은 권고문을 통해 "고용노동부는 올해 하반기 제도개선 추진단을 설치하고 현행 최저임금 제도 가운데 적용대상, 결정기준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연구한 후 종합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공익위원은 "AI 확산과 플랫폼을 매개로 하는 사업의 성장, 산업 구조의 재편 등 경제사회 전반이 급변하는 시대에 최저임금 심의에 있어 매년 유사한 논의가 반복·공전하는 상황"이라며 "논의의 진전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