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명 기관장에 전직 차관까지…축산환경관리원장 공모 '판 커졌다'

57명 기관장에 전직 차관까지…축산환경관리원장 공모 '판 커졌다'

세종=정혁수 기자
2026.09.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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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전 농식품부 차관 등 중량급 인사 4명 21일 면접 예정
-이영수 자연순환농업협회장·김성일 전 전남농기원장 등 경합
-축평원·방역본부와 '한국축산진흥공사' 통합 추진이 새 변수로
-통합 땐 정원 1800명 넘는 조직으로…내년 새 원장 역할 주목

직원 57명 규모의 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관인 축산환경관리원장 자리를 놓고 예상 밖의 '중량급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을 지낸 고위 관료에서부터 지방 농정 책임자, 가축분뇨 자원화 분야 현장 전문가, 축산환경관리원 내부 사정에 밝은 환경 전문가까지 도전장을 냈다.

정부가 최근 축산환경관리원을 축산물품질평가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와 통합해 가칭 '한국축산진흥공사'를 만드는 방안을 공식화하면서 이번 원장 선임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과 달라졌다.

16일 농식품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축산환경관리원 원장추천위원회는 오는 21일 세종 본원에서 차기 원장 후보자 4명을 대상으로 면접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군에는 김종훈 전 농식품부 차관과 이영수 자연순환농업협회장, 김성일 전 전남도농업기술원장, 전형률 전 축산환경관리원 총괄본부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인물은 김종훈 전 차관이다.

김 전 차관은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해 농식품부에서 협동조합과장, 기획재정담당관, 대변인, 농업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차관까지 지낸 정통 농정관료다. 이후 민선 8기 전북도에서 경제부지사를 맡아 농생명산업을 비롯한 경제정책을 총괄했다.

농식품부 차관을 지낸 인사가 정원 57명 규모의 기타공공기관 원장직에 지원했다는 사실 자체가 주변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개혁 자료에 따르면 축산환경관리원의 정원은 전체 57명으로, 축산물품질평가원 502명,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1286명에 비해 조직 규모가 작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정부는 지난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축평원과 방역본부, 축산환경관리원 등 축산 관련 3개 기관을 통합해 가칭 '한국축산진흥공사'를 신설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이달부터 통합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기관별 기능 조정과 법령 제·개정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세 기관의 현재 정원을 단순 합산하면 1845명에 달한다. 직원 57명의 축산환경관리원이 향후 1800명 이상의 조직과 한 지붕 아래 놓이게 됐다.

때문에 축산업계에서는 이번 원장 공모를 단순히 한 기타공공기관의 기관장을 뽑는 인사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정부의 공공기관 통합방안은 지난 3일 공개됐고 축산환경관리원장 공모 접수는 8일 마감됐다. 관리원은 지난달 25일 원장 초빙 공고를 내면서 "축산환경 개선과 관리원 발전을 위해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원장"을 공개 모집했다.

통합방침이 공개된 이후 원서접수 마감까지 닷새가 있었던 만큼 통합이라는 변수가 후보자들의 최종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새 원장이 향후 3개 기관 통합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거나, 장기적으로 통합기관 출범 과정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이번 공모의 무게를 키운 배경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차관과 함께 공모에 참여한 다른 후보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이영수 자연순환농업협회장은 가축분뇨 자원화 현장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지난해 말 협회장에 취임한 그는 가축분뇨 자원화 산업을 단순 처리산업이 아닌 '탄소중립 산업'이자 공공성이 강한 환경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가축분뇨 자원화와 축산악취 저감, 경축순환농업을 핵심 업무로 하는 축산환경관리원의 사업 성격과 직접 맞닿아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현재 청와대 농림축산비서관도 같은 이름의 이영수 비서관이다. 축산업계에서는 이 두 사람을 '농업' 이영수, '축산' 이영수 라고 불러왔다.

김성일 전 전남도농업기술원장도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으로 알려졌다. 김 전 원장은 2016년부터 전남농업기술원을 이끌며 현장과 농업인 소득을 강조한 '돈 되는 농업'을 주요 기조로 삼았고 생산비 절감과 스마트농업, 신품종 개발·보급 등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전형률 전북대 농축산식품융합학과 겸임교수도 다크호스로 거론된다. 환경부 출신인 전 교수는 과거 축산환경관리원 사무국장과 총괄본부장을 지내 조직 내부와 축산환경 정책을 모두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환경부에서 물환경정책과와 유역총량 관련 업무 등을 담당했으며 가축분뇨 자원화와 축산환경 규제를 오랫동안 다뤄왔다.

결국 이번 경쟁은 서로 다른 네 가지 경력을 가진 후보들의 대결이 됐다.

중앙정부 농정을 총괄했던 전직 차관, 농업기술 행정을 이끌었던 지방 농정 책임자, 가축분뇨 자원화 현장을 대표하는 업계 인사, 환경정책과 관리원 실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가 한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

축산환경관리원은 그동안 가축분뇨 자원화와 축산악취 저감, 깨끗한 축산농장, 경축순환농업 등 비교적 명확한 전문영역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축산물 등급·이력·유통을 담당하는 축평원, 가축전염병 현장 방역을 담당하는 방역본부와 하나의 조직으로 묶이는 거대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관련 근거인 축산법·가축전염병예방법·가축분뇨법 등을 정비해 '한국축산진흥공사법'(가칭)을 제정할 계획이다.

축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원장공모는 단순히 '누가 축산환경관리원장이 되느냐'를 넘어선다"며 "57명의 조직을 이끌 사람을 뽑는 이번 인사는 1800명이 넘는 축산 공공기관 통합이라는 훨씬 큰 판의 첫 장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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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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