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댄싱9 >이 본선 생방송까지 오면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무용계 인사로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박지우: < 댄싱 위드 더 스타 >가 댄스스포츠 대중화의 물꼬를 터뜨리긴 했지만 종목이 한정되어 있었고 사실 스타가 스타가 된 거지, 현직 댄서가 스타가 된 건 아니다. 하지만 < 댄싱9 >은 모든 무용 장르의 대중화에 대한 물꼬를 튼 동시에 댄서가 스타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어느 한 종목의 일이 아닌 만큼 춤판에 있는 모든 이들이 행복할 일이다.
이용우: 현대 무용 같은 경우 몇십 년 동안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신 분들이 있지만 쉽지 않았다. 나 역시 4년째 연기를 하면서 매번 인터뷰 때마다 현대 무용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대중적으로 화제가 되진 않았다. 그럴 때마다 대중화를 위해 힘썼던 교수님들이 정말 힘들었겠구나 싶었는데 < 댄싱9 >은 단 6주 만에 그걸 해냈다.
프로그램 기획을 들었을 때 이렇게 잘 되리라 생각했었나.
이용우: 사실 CJ 쪽에서 워낙 문화에 투자를 많이 해서 현대 무용 페스티벌을 열었었는데 아무래도 대중의 관심이 없다 보니 생긴 지 몇 회 만에 결국 없어졌다. 나 역시 안무가로서 투자자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그때 투자자들이 하는 이야기가, 현대 무용에 투자할 바에는 차라리 사물놀이나 오케스트라에 하겠다는 거였다. 그런 걸 보며 춤은 정말 대중화가 안 되나 보다 싶었다.
박지우: 나는 춤이 대중에게 먹히는 시기가 언젠가 올 거라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김용범 CP에게 연락이 와서 이러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솔직히 기대를 안 했다. 그렇게 계획만 짜고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봐서. 그러다 몇 개월 후에 다시 연락이 와서 지금 프로그램 틀을 잡았으니 어떤 종목들이 들어가야 서로 반목이나 질투 없이 될 것 같겠느냐며 정보를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이용우 씨나 우현영 선생님 같은 분들이 계셔야 무용계를 뒤집을 수 있을 거라고 말씀을 드렸고. 그때도 이러다가 말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지.

그럼 언제쯤 신뢰가 생기던가.
이용우: 어느 날부터 제대로 시작이 됐는데, 김용범 CP가 정말 많이 조사를 해온 거다. 그리고 마스터 중에 사설 센터를 운영하는 분에게 사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식의 말은 절대 안 했다. 그냥 무용계를 위해 한번 해달라고, 직업이 뚜렷하지 않아서 학원비도 못 내는 그런 참가자들에게 희망을 달라는 말을 먼저 해서 솔깃했다.
박지우: 물론 사람들은 이 방송 이후에 마스터들의 사설 학원 운영이 잘되겠지, 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나는 단 1퍼센트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다. 그저 우리나라의 대들보가 될 댄서를 발굴해서 세계에 내보낼 생각을 하는 거지. 예술은 순수한 거다. 춤이면 춤으로 갈 뿐이다. 마스터들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 분위기가 너무 좋다.
각 분야의 대가들인 만큼 약간의 배타성이나 경계심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이용우: 당장 (박)지우 형이나 나부터 비보이들에게 스텝 좀 가르쳐달라고 그러고, 더키 씨랑 팝핀제이 씨도 우리에게 댄스스포츠 스텝을 배우려고 한다. 굉장히 재밌다. 사실 다들 춤추는 사람이니까 심사하는 것보다 그런 게 좋다.
박지우: 내가 접해보지 않았던 춤이지만 어떻게든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기에 흡수하려 하는 거다. 나는 댄스스포츠의 거장이라는 그런 태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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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경우 연기를 하거나 예능인 < 댄싱 위드 더 스타 >에 출연하는 등 좀 더 열린 태도의 댄서라는 느낌이다.
이용우: 우리가 좀 많이 열려 있는 편인 것 같다. 형도 외국에 오래 있었고 나도 외국에 많이 다니면서 그렇게 된 측면이 있다. 내가 연기를 하게 된 것도 그런 경험 때문이다. 외국의 큰 무용단 시험을 봤다가 최종에서 떨어지게 됐는데, 심사를 본 안무가가 내 모델 경력을 보고 TV CF 경험이 있느냐고 묻더라. 그렇다고 했더니 한번 진로를 바꿔봐라, 센터에서 연기를 배워봐라, 그러면 도움이 될 거라고 해서 바로 한국 와서 연기를 하겠다고 한 거다. 한 2, 3년은 학교 다시 다니는 것처럼 매번 꾸중 듣고 깨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조금씩 자연스럽게 말을 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사실 이렇게 연기에 시간을 쏟으면 춤의 움직임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풍부해졌다.
박지우: 내가 이용우 씨 말하는 걸 높이 사는데, 무용이 몸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면 연기는 말과 표정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거다. 그걸 직접 경험해봤기에 높이 산다.
이용우: 그런데 연기 시작하고 한 2년 동안은 볼 때마다 놀리더라. (웃음) 너 꼭 해야겠냐, 이러면서. 그러다 한 3년째부터 좀 편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해줬다.
박지우: 나는 대놓고 다 말하는 타입이다. 기분 나쁘라고 한 말이 아니라 느낀 점을 말한 거고, 이용우 씨도 친하니까 다 알아듣고 웃으면서 넘어가지.
실제로 박지우의 경우 < 댄싱9 >에서도 상당히 직설적인 심사를 들려준다.
박지우: 참가자들이 나와서 자기 사연을 구구절절이 말하는데, 나는 냉정히 말해 관심 없다. 대놓고 춤부터 추라고 한다. 그게 내 성격이자 관점이다. 고생은 다들 한 건데 그거 몇 시간씩 설명해서 뭐하나. 일단 1분 춤춰보라고 하는 거지. 그래서 이미지가 나빠진 것 같다.
이용우: 사람 자체는 깨끗하다. (웃음)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는. 어릴 때부터 그랬다.
가령 1회에서 한초임에게는 좋다는 걸 강하게 드러냈다.
박지우: 가령 가수 서바이벌의 경우라면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고 할 거다. 그것과 똑같이 무용은 몸으로 하는 것이니 마음에 드는 몸에 대해 마음에 든다고 한 게 뭐가 문제인가. 이해가 안 된다. 기어보라는 미션을 준 것에 대해서도 어떤 이들은 야하다고 보는데 나는 그냥 그 동작으로 볼 뿐이다.
이용우: 외국에서 오디션 볼 땐 더 이상한 것도 시킨다. 디렉터 한 분이 나보고 욕을 해보라고 하더라. 난 영어가 안 되니까 ‘씨발’ 어쩌고 하면서 막 욕을 했지. 그랬더니 이젠 웃겨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앞에서 이상하게 몸을 꼬고 광대 짓을 했지. 그게 말하자면 얼마나 수치심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지 보는 거다.
본인들은 어디에 방점을 찍고 팀원을 뽑았던 것 같나.
박지우: 자기 종목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가능성을 본다. < 댄싱9 >은 다양한 방면에서 잘해야 하니까.
이용우: 레드윙즈 같은 경우에는 개개인의 실력 위주로 뽑은 것 같다. MVP가 우선인 참가자들로. 그에 반해 우리는 좀 더 재밌고 밝고 캐릭터가 있는 참가자들이 많다. 가령 음문석이나 이지은 같은. 사실 상대 팀에서 우리가 뽑는 걸 보면서 ‘뭐? 쟤를 왜?’ 이런 게 많았다.
박지우: 놀고 있네, 이렇게. (웃음)

혹 상대 팀에서 욕심나는 인원은 없나.
박지우: 이미 우리 팀을 다 꾸렸으니 이제 와서 욕심을 내봤자 소용이 없지.
이용우: 레드윙즈의 이선태 같은 경우 불러와서 좀 트레이닝을 시키고 싶은 부분이 있다. 이 친구가 현대 무용의 나쁜 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굉장히 잘 추는 좋은 댄서인데, 표정이 없다. 가지고 있는 스타성이 있는데 브라운관에 클로즈업으로 잡히고 인터뷰 기회가 생겨도 너무 말이 없다. 우리 팀의 한선천 같은 경우 부모님 이야기도 하고 여자 출연자에 대한 관심도 보이는데 그런 게 보기 좋다.
재능 있는 참가자는 많은 것 같나.
박지우: 굉장히 많지.
이용우: 그런데 이게 반도 안 나온 거라고 하더라. 얘기 들어보니 혹시라도 망할 프로그램인데 괜히 나왔다가 떨어지면 경력에 문제가 생길까 봐 다들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박지우: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늦은 거지. 이미 이 프로그램은 크게 성공했으니까.
자존심 때문인 걸까.
이용우: 굉장히 착각들을 많이 한다. 이상한 똥고집 가진 사람들도 많고. 만나서 10분 정도만 이야기해도 굉장히 답답하다. 연기한다고 할 땐 욕도 많이 먹고. 그래도 내가 아직 연기력이 부족하니 우선 내 영역에서 뭔가 만들어놓고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하지.
박지우: 꽉 막힌 사람들이 있고, 무용하는 사람 중에는 아직도 거기 왜 나가느냐는 사람이 있을 거다.
이용우: 아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는데 “뭐야, 학예회야?” 그러더라. 그래서 말했다. 형, 걔들처럼은 나도 못 할 거라고. 다섯 시간 안에 몇 작품을 만들고, 두세 시간 안에 듀엣을 짜라고 하는데도 애들이 되게 잘하는 거라고. 형이 해보지도 않고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말했다.
박지우: 내게도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중요한 건 뭔가 아쉬워서 그런 말을 한다는 거다. 질투가 나지 않으면 그렇게 말할 이유가 없지. 무용계 사람이 아닌 일반인들은 < 댄싱9 >을 보며 너무 재밌다고 하지 않나.
한국 무용계 특유의 딱딱함이 있는 걸까.
이용우: < 댄싱9 >을 보고 현대 무용에 관심이 생긴 감독분들이 직접 공연을 보러 갔다가 바로 전화를 하더라. < 댄싱9 >이랑 왜 이렇게 다르냐고, 왜 바닥에 누워서 일어나질 않느냐고. 가르치는 사람도 무용하던 사람이고 평론도 무용하던 사람이라 모든 게 무용하는 사람의 눈에 맞춰진 게 있다. 난 예술가니까 대중들은 알아서 생각하라고 하는 거다. 너무 틀에 박힌 걸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박지우: 한국 댄스스포츠의 가장 큰 문제는 주입식 교육이다. 고개 들어, 팔 들어, 안 하면 맞는다, 죽을래? 말투에서부터 너무 주입식이지. 고개를 들면 내 생각에는 괜찮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물어야 배우는 사람도 스스로 생각할 여지가 있는데, 그런 게 없다. 그렇게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애들에게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물으면 희한하게 생각한다. 자기가 생각하는 걸 말 못 하고. 그러다 바보가 되는 거다.
그런 기존 분위기를 재편한다는 점에서 < 댄싱9 >에 거는 기대가 크겠다.
이용우: 그래서 우승 특전인 블루스퀘어 공연이 방송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몇억의 제작비와 시간을 들여 정말로 대중을 위한 공연을 만들어봤는데, 대중들이 봤을 때 아니다 싶으면 더 노력해야겠지.
박지우: 더 나아가서, 공연이 좋아지면 해외에도 충분히 팔릴 수 있을 거다. 어쨌든 시즌 2가 나올 거라고 거의 확신한다. 충분히 CJ E&M의 대표 타이틀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다.
실제로 시즌 2가 만들어진다면 바라는 바가 있나.
박지우: 무용계에서 자존심을 버리고 좀 더 많은 참가자가 나오면 좋겠다. 무대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의 1인자라면, 나오세요.
이용우: 춤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나와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새 시즌에서 본인들의 역할이 달라지길 바라는 것도 있나.
;이용우: 방송 출연 자체보다는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 단체로 같이 춤도 추고.
박지우: 나랑 시즌 2에 같이 출전하자. 마스터 포기하고 듀엣으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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