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오늘] 힙합 뮤지션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총격 사망


미국 이스트코스트(동부) 힙합의 창시자로 추앙받던 한 뮤지션이 자신의 뮤직비디오 촬영과 시상식 참석을 위해 로스앤젤레스(LA)를 찾았다. 19년 전 오늘(3월 9일) 새벽 12시 45분. 파티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던 길에 그가 탑승한 차량은 신호등 앞에 멈췄고 옆에 선 검은색 차량의 창문이 내려진다.
차량에 탄 남성은 그에게 수많은 총알을 발사했고 이 가운데 4발이 가슴에 명중했다. 친구들은 그를 병원으로 급하게 후송했지만 결국 사망한다.
영화 같은 죽음을 맞이한 이 뮤지션은 바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비기)다. 1994년 데뷔앨범인 'Ready To Die'를 히트시키며 동부 힙합 스타일을 창조한 비기는 그야말로 '동부 힙합의 왕'이었다.
어둡고 묵직하고 느린 비트와 다음절 라임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그의 음악 스타일은 그를 당대 최고 힙합 뮤지션의 자리에 올려놨다. 모피 코트, 골드 주얼리, 왕관 등을 걸치며 그가 보여준 거칠고 럭셔리한 패션은 그를 우상화하는 수많은 후배 래퍼들에 의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1990년대 힙합은 미국 대중음악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지만 동·서부로 나뉘게 된다. 자연스럽게 미국 동·서부 힙합계는 경쟁의식을 바탕으로 대립을 이어갔다.
경쟁심은 서로를 향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동부와 서부 힙합 뮤지션들은 상대방뿐 아니라 상대방의 가족들까지 비난하는 디스전(戰)을 펼쳤다. 디스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의 약자로 상대방에 대한 비판을 담은 힙합의 하위문화다.

당시 서부 힙합의 대부인 투팍(2Pac)과 대립했던 비기는 투팍을 해치려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1994년 11월 투팍이 뉴욕 맨해튼의 한 녹음실에 갔을 때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투팍은 범행을 사주한 인물로 당시 같은 녹음실에 있었던 비기와 숀 콤스(퍼프 대디로 잘 알려짐)를 지목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한 짓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이 사건으로 비기와 투팍, 동부와 서부 힙합계 간의 대립은 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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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6월 투팍은 '힛 엄 업'(Hit 'Em Up) 이라는 노래로 비기와 동부 힙합 뮤지션들을 인신공격했다.
문제는 그 해 9월 투팍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차량 총격을 당해 사망한 뒤 비기가 연관됐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 비기는 이듬해인 1997년 3월 8일 LA에서 열린 소울 트레인 뮤직 어워드(Soul Train Music Awards)에 시상자 자격으로 참석한 뒤 돌아가던 길에 변을 당한다.
이 사건으로 미국 내에서 갱스터 랩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그가 사망한 지 나흘 후 발매된 'Life After Death'는 발매 15일만에 빌보드200 차트 1위에 오른다. 이 앨범은 이듬해 그래미 어워드 3관왕을 차지한다. 그를 추모하기 위해 퍼프 대디가 발표한 'I'll Be Missing You'는 싱글만 미국에서 300만 장이 팔리고, 전 세계 차트 1위를 휩쓴다.
지난해 11월 빌보드는 '역대 가장 뛰어난 래퍼들(Greatest Rappers of All Time)'을 선정하면서 비기를 1위 올려놓기도 했다. 빌보드 측은 "비기는 죽음을 통해 전설이 된 래퍼가 아니라 이미 경력 초기에 전설적인 지위를 달성한 래퍼"라고 평했다.